여성 커뮤니티 이어 서울대까지 N번방, 예외없이 엄벌해야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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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5.21. 오후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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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만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린 여성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가 '여성판 N번방'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서울대판 N번방' 사태까지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2019년 미성년자를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만들어 수익을 챙긴 N번방 사태 이후 관련 법이 개정되고 처벌이 강화됐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수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피해자도 늘고 있다. 체계적인 수사와 예외 없는 엄벌이 필요한 이유다.

여성의 성 상품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던 대형 여성 커뮤니티에서 외국 남성들의 나체 사진과 미군 신상정보 등이 공유됐다는 것은 경악할 만한 일이다.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까지 있었다고 한다.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는 여성, 가해자는 남성이라는 인식이 그릇된 것임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여성 정치인들도 남녀 구별 없는 처벌을 요구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수년 전 많은 여성에게 극심한 피해를 준 N번방 가해자들과 동일한 잣대의 엄벌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도 "동일한 잣대의 엄벌, 이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여학생들의 얼굴을 나체 사진 등에 합성한 음란물을 만들어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서울대판 N번방'은 가해자들이 명문대 학생이라는 점은 물론 피해자들의 고소에도 경찰이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4차례나 수사 중지·불송치 결정을 내렸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감시와 추적을 피하기 위한 범죄자들의 수법이 진화하면서 수사력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피해자지원센터에 접수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2018년 1315명에서 2022년 7979명, 2023년 8983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피해자 가운데 2320명(25%)은 남성일 정도로 피해자의 성별을 구분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디지털 성범죄는 전파성이 큰 탓에 피해자들에게 지속적인 공포를 준다.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실존적 생지옥'을 경험한다고 한다. 범죄자에 대한 무관용 처벌과 신속한 피해자 구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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