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경기침체 초비상] 中 부동산 도미노 `디폴트`…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은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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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8.15. 오후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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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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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벨로퍼 파산위기, 신탁업체 전이

중룽 등 106개 상품 지급연기 위험

부동산 파생상품 적고, 당국 부양의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재발 희박


중국에 부동산발 경제위기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 완다 그룹에 이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과 시노오션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에 몰리면서 2008년 미국을 시발점으로 세계를 강타했던 금융위기가 재연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중의 금융시장은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금융위기가 재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했다.

◇점증하는 부동산발 중국 경제 위기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중국 경제는 피로감이 쌓이면서 최근 중국이 오히려 세계에 짐이라는 '차이나 리스크'라는 용어까지 생겨나고 있다. 중국 경제의 리스크 요인은 △부동산 시장 침체 △인구 고령화 △중앙·지방·기업의 부채 확대 △미국과의 갈등 △외환 수급 불안 등이 꼽힌다. 국제금융센터 이치훈 연구원은 "최근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이후 재개방 기대와는 달리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제지표가 부진하고 금융시장도 냉각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경계감이 고조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들 위험 요인가운데 특히 부동산 리스크가 최근 중국을 강타하고 있다.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질 위험에 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기업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권 거래는 14일부터 중단됐다. 거래중단된 채권은 2021∼2022년 발행된 위안화 표시 회사채 6종을 포함한 비구이위안 회사채 9종과 비구이위안의 계열사 광둥텅웨건설공사의 회사채 1종, 비구이위안 사모채권 1종 등 총 11종이다. 채권 총 잔액 규모는 157억200만위안(약 2조87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만기가 가장 이른 것은 9월 2일자인 비구이위안 사모채권이며, 채권 종류에 따라 9월 중, 10월 19일, 올해 연말, 내년 초 등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그 여파로 중룽(中融)국제신탁은 만기가 된 상품의 현금 지급을 연기했다. 중룽신탁의 지급 연기는 회사 대주주인 자산관리회사 중즈(中植)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이 있으며, 이 그룹의 자산관리 규모는 1조위안(약 18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룽신탁 외에도 중신(中信), 중성(中誠), 우광(五鑛)신탁, 광다(光大)신탁 등 주요 신탁회사들도 지난해 말부터 원금·이자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가운데 중국 금융권에서는 상당수 신탁회사가 긴급 대응에 들어갔다는 소문도 확산하고 있다. USE 트러스트에 따르면 올해 7월 31일까지 총 106개의 신탁상품이 채무불이행에 처했는데 전체 규모로 보면 440억 위안(8조800억원)에 달했다.

대만 매체 ET투데이는 15일 비구이위안의 금융위기는 헝다를 넘어 중국 경제에 큰 충격을 안겨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부동산 연구기관 이쥐연구원 책임자인 옌웨진은 "현재 시장은 더 이상 1조달러 규모의 부동산 회사의 리스크를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구이위안이 대금을 지급안한 주택만 90만채로 주택구매자들에게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비구이위안의 총부채는 1조4000억위안(약 255조원)에 이른다.옌웨진은 "비구이위안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제대로 진행하려면 월평균 매출액이 220억위안(4조400억원) 이상이어야 하는데 1~4월까지만 이 기준을 충족했을 뿐 7월 매출액은 121억위안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대만 매체 이핑신문망도 비구이위안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규모는 헝다의 4배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기가 채무 불이행으로 비화할 경우 중국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JP모건은 비구이위안 사태가 중국의 부동산 투자신탁, 즉 리츠(REITs)의 자금 조달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건은 이로 인해 리츠의 디폴트가 확산하면 중국의 성장률을 0.3∼0.4%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급 과잉에 중국 정부의 디벨로퍼 규제가 직접적 원인…관건은 주택 경기 회복

중국 부동산 위기의 근본 원인은 부동산 공급 과잉에 중국 정부의 '공동부유((共同富裕·다 같이 잘살자)' 정책에 따른 부동산 규제 정책이 꼽힌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개발업자(디벨로퍼)들에 △선수금을 제외한 자산부채비율 70% 이하 △순부채비율 100% 이하 △현금성자산 대비 단기부채 비율 100% 이상 등 3대 레드라인을 적용해 부적격 디벨로퍼에 강력한 대출 규제를 단행했다. 그 여파로 자금 경색 문제가 불거지며 지난해 상위 200대 디벨로퍼 중 20여곳이 디폴트를 선언했다.

미국은 지난 2008년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락, 금융위기를 겪었다. 중국도 당시 미국처럼 위기를 겪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데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첫째는 위험에 노출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중국 전체 주담대의 6.4%(2.49조위안), 도이체방크는 7%(2.72조위안)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추정했다.

중국 당국도 위험성을 인식,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비치고 있다. 지난 7월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거시정책 강화를 강조하는 한편 '주택은 거주용이지 투기용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등 부동산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는 "현지에선 향후 주담대 금리 인하, 구매제한 완화 등 수요확대를 위한 정책 지원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려면 근본적으로 부동산 경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 15일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7월 부동산 개발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8.5% 줄었고, 전국의 1∼7월 누적 분양 주택 판매 면적과 판매액은 각각 전년동기 대비 6.5%와 1.5% 감소했다. 특히 7월에 발표된 부동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7.8% 하락해 17개월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신한금융투자는 △2008년 5월~2009년 2월(서브프라임 사태 여파) △2011년 9월~2012년 5월(8대 부동산 규제) △2014년 5월~2015년 3월(5대 부동산 규제) 등 과거 세 차례의 부동산 하락 사이클을 복기해보면 9~11개월 가량 역성장 후 상승 전환했다고 전했다.

둘째는 중국의 부동산 관련 금융이 세계화되지 못했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위기 전염의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주담대를 담보로 CDO(부채담보부증권)(부채담보부증권) 등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어내고, 이런 상품들에 전세계 내노라하는 금융사들이 투자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이 급락하자 금융사의 대출이 부실화되고, 부동산 파생상품도 덩달아 휴지조각이 되면서 글로벌 금융사들과 금융시장을 파국으로 내몰았다.

IBK투자증권 우지연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경기 부진과 부동산 관련 기업들의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만큼 디폴트 사태는 조만간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비구이위안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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