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갤럭시 쓰면 왕따?"…애들 자존심 때문에 '아이폰' 사주는 학부모들

입력
수정2022.03.23. 오후 6:09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아이폰13 미니 레드. [사진 제공 = 애플]
# 삼성전자에 재직 중인 50대 이모씨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딸이 아이폰을 사달라고 졸라 난감해했다. 삼성폰을 구입하면 임직원 할인가에 살 수 있지만 아이폰이 아니면 안 된다는 딸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아이폰을 구매했다. 이씨는 "굳이 삼성폰이 아니어도 되지만 왜 이렇게 중학생들이 아이폰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 했다.

요즘 중학생들 사이에서 '아이폰 왕따' '갤럭시 거지'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친구들이 무시하거나 공동체에서 따돌림을 당한다는 것에서 비롯된 말이다.

스마트폰으로 계급이 나뉘는 씁쓸한 사회다. 물론 일부 지역과 학교에서 일어나는 국한된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폰을 가지고 다니면 확실히 우월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에는 많은 중학생이 동의했다. 우리가 어릴 때 나이키 신발을 신고, 성인들이 명품백을 들었을 때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진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2일 모바일 커뮤니티, 맘카페 등에서는 중학교에 입학한 자식들에게 스마트폰을 구매해주려는 부모들의 고민상담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이중에선 아이들이 아이폰만 사용하려 한다며 고민을 털어놓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LG 모바일 카페 한 회원은 "내년에 아들이 중학생으로 올라가는데 아이폰을 사용하려고 한다. 안드로이드에서 아이폰으로 넘어가면 적응하기 힘들거라고 해도 말을 안 듣는다"며 "아이폰SE 등 저렴한 제품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애들끼리 자부심 때문에 아이폰13 미니를 사줄까한다"고 적었다.

이에 자신이 중학생이라고 밝힌 한 회원은 "저도 중학교 1학년 올라갈 때 아이폰XS를 샀다"며 "특히 여학생들은 아이폰만 쓴다. 당장 우리 반만 봐도 10대 중 7대가 아이폰이다"라고 답글을 달았다.

아이폰XS. [사진 제공 = 애플]
중학생이 아이폰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멋' '과시용'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해외직구 커뮤니티 한 회원은 "아들이 중학교 올라가서 폰을 사주려고 하는데 중학생들은 아이폰을 선호한다고 한다. 게임 때문에 갤럭시가 나을 거 같은데 이유를 모르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본 다른 회원들은 "아이들이 멋 때문에 아이폰 쓴다고 하더라" "좀 있어보이니까" "우리 중학생 아들도 아이폰 미니 쓰면서 게임은 LG 구형폰 쓴다"는 등의 의견을 댓글로 달았다.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왕따를 당한다는 다소 극단적인 글도 있었다. 지난달 삼성스마트폰 카페에서는 한 회원은 "딸 갤럭시폰 사줬더니 이런 거 쓰면 왕따 당한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며 "아이폰 사달라고 밥도 안먹고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며 하소연했다.

이는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아이폰 사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미국에선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씨는 "제가 살았던 동네 기준으로는 왕따까지는 아니지만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약간 geek(괴짜)한 느낌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혹가다 학생 중 갤럭시폰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라며 "10명중 8명은 아이폰과 맥북 조합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이폰에 대한 이 같은 이미지가 덧씌워진 이유는 뭘까. 이는 애플이 고수해온 고가의 프리미엄 이미지 때문이다. 물론 애플은 최근 들어 아이폰 미니 시리즈와 아이폰SE 등을 출시하며 중저가 시장에도 힘을 쏟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프리미엄 라인업에는 비싼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3 시리즈만 봐도 최상위 모델인 프로맥스 1TB 모델 기준 217만원이다. 삼성전자 폴더블폰인 갤럭시Z폴드3 512GB 모델(209만7700원)보다도 비싸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일방적인 아이폰 선호 현장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성인들의 명품 선호 문화가 아이들에게도 투영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과거 그 대상이 신발, 가방 등이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까지 번지고 있어 학생들에게 올바른 소비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