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강제동원 피해자에 “한국 기업 돈으로 보상 유력”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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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2.26. 오후 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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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쪽 “일본 면책시켜주는 것” 반발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결 방안을 두고 피해자 대리인단 및 지원단체가 26일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임재성·김세은 변호사. 연합뉴스


외교부가 최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쪽에, 일본 전범 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의 기부만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강제동원 문제 해결의 ‘유력한 안’으로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피해자 쪽은 “일본을 면책시켜주는 방안”이라며 반발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단체와 피해자 법률대리인단은 26일 서울과 광주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주 외교부 쪽으로부터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유력한 안을 청취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외교부가 통보한 안에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지원재단)이 한국 기업들의 기부를 받아 재원을 마련하고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해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변제를 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피해자 쪽이 전했다. 지원재단은 2014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희생자, 유족에 대한 복지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 정부·기업이 설립한 기관이다.

피해자 쪽은 정부의 이같은 방안에 △일본 정부와 피고 기업의 사과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등의 내용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회견에서 “한국 정부 유력안은 일본 정부가 2018년 대법원 판결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온 ‘한국이 해결하라’는 요구가 그대로 관철된, 0 대 100의 외교적 패배이자 참사”라며 “미쓰비시중공업이나 일본제철과 같은 일본 피고 기업의 사죄나 출연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일본 다른 기업들의 출연조차 없는, 말 그대로 일본을 면책시켜주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은 15명의 피해자 쪽은 이날, 지원재단 주도의 보상을 거부하고 이를 무효화할 각종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일본 쪽에 피해자들이 요구해 온 사죄와 기금 참여 등 ‘성의 있는 호응’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양국 대립이 길어지고 일본이 좀처럼 기대했던 움직임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2018년 10월 대법 확정 판결로 일본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위자료를 지원재단이 대납하는 내용의 ‘선제 조처’를 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 관계 정상화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피해자 쪽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문제를 서둘러 매듭지으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윤 정부가 한·미·일 안보협력에 쫓겨 다급하게 결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 방안이 사실상 정부의 해법이라고 확인하고, 피해자들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 쪽에서 원하는 건 피고 기업의 직접 배상과 사죄인데, 최선의 노력으로 정부안을 만들더라도 원고 쪽의 기본적 입장에 비춰보면 부족할 것”이라며 “정부 안을 (공식) 발표한 다음에 정부가 어떻게 노력해왔고, ‘부족하지만 이런 정도 해법이 나왔습니다’라는 걸 한 분, 한 분 설명 드리면서 이해와 동의를 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도쿄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만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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