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둑리그, 출범 19년 만에 국제 대회로 발돋움

입력2022.10.25. 오전 4:52
수정2023.11.21. 오전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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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대만 출전 확정… 선수 선발 중
中은 “항저우기원 파견 가능성”
참가금·대국료 없이 상금만 지급
“국제 바둑시장 첫 도전에 의미”

12월 개막하는 2022~2023 바둑리그에 외국 팀이 사상 처음 출전, 국내 팀들과 경쟁하게 됐다. 사진은 지난해 대회 때의 열띤 검토실 광경. /한국기원
국내 최대 규모 기전인 한국바둑리그가 올 연말 시작될 2022~2023 시즌부터 국제 대회로 탈바꿈한다. 대만과 일본이 한국리그에 단일팀 파견을 결정하고 선수단 구성에 들어갔다. 한국바둑리그에 외국인팀이 국가 명의로 참가하는 것은 2004년 리그 출범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결정은 국가 팀을 파견해달라는 한국기원의 요청을 일·대만 양국이 수락하면서 이루어졌다. 대만은 국가대표급 강자들 중심으로 진용을 짜 26일까지 명단을 보내오기로 했다. 일본기원도 “기사들의 참가 의향과 일정을 확인하는 데 며칠 시간이 필요하지만 무조건 참가하겠다”고 전해왔다.

중국도 팀을 파견할 움직임이 있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중국 내셔널팀의 출전은 힘들다. 대신 항저우기원에 참가 의사를 타진 중”이라고 답해왔다고 한다. 내년 아시안게임 개최지인 항저우는 바둑 열기가 뜨겁기로 유명한 도시다. 항저우기원이 참가할 경우 한국리그는 아시아 4강을 모두 아우르는 사상 첫 국제 바둑리그가 된다.

중국은 한국보다 5년 앞선 1999년 대규모 리그를 시작하면서 외국 용병제를 정착시켰다. 하지만 갑조(프리미어)리그에 단일 국가 용병팀이 참가한 사례는 아직 없다. 2008년 대만이 병조리그에, 2012년 일본이 을조리그에 ‘우호팀’이란 이름으로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한국여자리그에서도 2015년부터 5년간 연인원 28명에 달하는 외국 기사들이 활동했지만 국가 단일팀 아닌 선수 개별 참가였다.

올해 한국리그에 출전할 용병 선수들에겐 대국료가 없다. 대신 출전 팀 의무 조항인 대회 참가금(3억원)을 면제해줄 방침이다. 시즌 종료 후 순위별로 시상하는 팀 상금은 국내팀과 차별 없이 지급하기로 했다.

올 시즌 요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항저우기원 출전 여부에 따라 11팀 혹은 12팀이 결정되는 탓이다. 양대 리그 혹은 3개 리그제 승점제 2대2 경우 결판 오더제 피셔 방식 시간제 도입 여부도 금주 내 매듭지을 방침이다. 국내 기사 간 대결 외의 국제전은 모두 비대면(非對面) 온라인 방식으로 치른다.

외국 팀은 첫 한국리그 나들이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까. 대만이 대표급으로 무장할 경우 중상위권을 뒤흔들 다크호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 1인자 쉬하오홍(21)은 고레이팅(gorating) 35위로 김명훈(40위), 원성진(42위), 김지석(44위) 등보다 높다. 국내 랭킹 8~11위인 이들은 한국리그서 1~2지명급으로 활약해왔다. 쉬하오홍 외에 린쥔옌, 라이쥔푸, 왕위안쥔 등도 참가가 유력한 강자들이다.

일본은 대국 수가 중국보다 많고, 국내 기전을 국제전보다 중시하는 전통 때문에 누가 명단에 오를지 점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까지 이치리키, 무라카와, 이다 등 일류 스타들이 중·일 우호팀으로 을조리그에 출전했던 사례를 보면 뜻밖의 강팀이 등장할 수도 있다. 리쉬안하오, 구쯔하오, 탕웨이싱 등이 주 활동 무대로 삼는 항저우기원이 이들을 주축으로 출전할 경우엔 물론 강력한 우승 후보다.

한국리그의 문호 개방은 국제리그를 선점한 중국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중국은 자타 공인 세계바둑 최대 시장(市場)이지만 각국 프로들의 ‘운동장’은 아직 태부족이다. 한국기원의 이번 시도는 동양 4국의 공생과 바둑 세계화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게 바둑계의 기대다. 올해 한국바둑리그는 12월 26일 시즌 개막식을 갖고 28일 개막전으로 5개월 레이스에 돌입한다.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hr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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