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제 가능성이 중요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재화나 서비스들은 시장에 맡겨 놓으면 적절한 수준으로 생산이 되고 소비가 된다. 생산자는 시장가격을 보고 그 재화나 서비스를 얼마나 만들지 결정을 하고, 소비자도 가격을 보고 스스로 가장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구매한다. 그런데 이런 가장 단순한 시장 메커니즘의 기반에는 사실 ‘배제가능성’이라는 중요한 전제가 숨어 있다. 배제가능성은 어떤 상품의 값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그 상품을 소비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과일 가게에서 돈을 내야만 포도를 살 수 있고, 콘서트장에서 입장권을 사지 않은 사람을 돌려보낼 수 있다는 기술적인 전제다. 만약 배제가 불가능해지면 돈을 내지 않은 사람도 소비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도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제값을 내지 않고 상품을 소비하려는 사람을 무임승차자(free rider)라고 부른다. 일상적으로 흔히 쓰이는 표현이고 말 그대로 버스나 지하철에 돈을 내지 않고 타려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경제학에서도 학술용어로 쓴다. 이와 같이 배제가 불가능한 상품은 무임승차자들 때문에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될 수 없고, 일반적인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 일단 공급된 상품도 금세 고갈되어 버릴 가능성이 크다.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가 개입하거나 소유구조를 바꿔서 배제불가능성 문제를 해결해줘야 지속적인 공급과 소비가 가능해진다. 우리가 숨 쉬는 데 필요한 공기는 좀 예외적인데, 호흡하면서 돈을 내지는 않으니 배제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모든 인류가 숨 쉬는데 큰 문제가 없을 만큼 넉넉한 양의 공기가 자연계에 존재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환경오염이나 온난화 문제가 더 심각해져서 깨끗한 공기마저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
배제가 불가능한 재화나 서비스 중에서도 드물게는 자원고갈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국방서비스인데, 국군이 대한민국의 국경과 영공, 영해를 잘 방어해주고 있다면 국민 전체가 동시에 안전해진다. 세금 잘 내는 A씨는 안전하게 지켜주고 세금 안 내는 B씨는 지켜주지 않는 방식으로 특정인을 배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국방서비스는 A씨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을 때 옆집 B씨를 동시에 지켜주더라도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적정 수준으로 제공해주기만 하면 자원고갈 문제없이 생산이 가능하다. 이렇게 추가적인 소비자에 대해 비용부담이 없는 성질을 ‘비경합성’이라고 부른다.
# 황폐화된 시골 목초지
이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아무도 마을 전체의 이익이나 마을 전체 목축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주민 하나하나의 입장에서 볼 때는 자기가 데려온 양이 먹을 만한 풀이 일단 눈에 보이기만 하면 양을 한 마리 더 풀어놓는 것이 이익이 된다. 전체 목초지 안에 풀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 앞으로도 계속 풀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냐, 여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왜
# 사유화하거나 정부 개입
오징어는 조금 더 복잡한데, 망망대해에 주인을 정해준다든가 울타리를 둘러칠 수는 없으니 수산업자들의 협동조합이나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한국의 수산자원관리법에서는 수산자원의 남획을 방지하기 위해 금어기, 즉 특정 어종은 어느 기간에 잡을 수 없다는 규정이라든가, 금지체장(禁止體長), 즉 너무 어린 물고기는 잡지 못 하게 하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또 1999년에 도입된 총허용어획량(T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