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상 첫 ‘빅스텝’ 0.5%p 인상…기준금리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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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7.13. 오후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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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 8년만에 막내려
금통위 “경기하방 위험 있으나
고물가 고착을 막는 선제적 대응 중요”
가계·기업 ‘고통의 적응시간’ 시작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3일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를 열고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연 2.25%로 올렸다. 통상적인 인상 폭(0.25%포인트)의 두 배인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에 나선 건 우리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역사상 처음이다. 앞서 4월, 5월 두 회의에서 0.25%포인트씩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이번까지 세 차례 연속 인상한 것도 전례가 없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외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되었지만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고 광범위해졌으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크게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선제적 정책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며 “경기 하방위험이 큰 것이 사실이나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며, 지금은 물가 상승세가 가속되지 않도록 0.50%포인트의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큰폭의 금리 인상으로 성장과 고용에서 발생하게 될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물가 대응이 우선이라는 명확한 의지를 ‘빅 스텝’으로 시장과 경제주체들에게 강력하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빅스텝 배경을 설명하는 자료에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연간 상승률도 5월 전망치(4.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류와 식료품 품목을 제외한)근원인플레이션율도 상당기간 4% 이상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통위가 이날 사상 첫 빅스텝을 밟은 까닭으로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를 훨씬 뛰어넘어 전년동기대비 6.0%(6월)에 이른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4%에 근접한 가계·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율(향후 1년) △한국·미국 정책금리 역전 우려 등이 배경이다. 우리 기준금리는 2015년 3월(1.75%) 이후 지금까지 1%대 아래로 저금리 기조를 지속해왔는데, 이제 오랜 저금리 시대를 마감하고 2014년 8월(연 2.25%) 시점까지 올라섰다. 8년만에 저금리 시대가 사실상 끝나가면서 이자부담 취약집단은 물론 전체 가계·기업·정부까지 경제주체마다 ‘고통의 적응시간’을 겪어야 하는 시절이 됐다.

임박한 한·미 기준금리 역전도 빅 스텝을 밟은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날 한국(2.25%)과 미국(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 1.50∼1.75%)의 기준금리(정책금리) 격차는 0.75∼0.50%포인트가 됐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27일(현지시각) 통화정책결정 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에 나서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금리 상단 기준으로 우리보다 높아지게 된다. 7월 기준금리 결정회의를 미국보다 먼저 개최한 금통위가 금리 역전을 염두에 두고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보다는 일단 안전하게 빅스텝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격하게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원화 약세 탓에 같은 제품이라도 더 많은 우리 돈을 주고 수입해야 하는 만큼 수입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 급등세를 더 부추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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