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시간 검찰 조사 받고도 조서에 서명 거부한 李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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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2. 오전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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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9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성남FC 의혹으로 한 차례, 위례·대장동 의혹으로 두 차례 소환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올해만 5번째 검찰 출석이다./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피의자로 9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았지만 피의자 신문 조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하고 귀가했다. 이 대표는 8시간에 걸친 조사에 이어 2시간 반가량 조서를 검토한 뒤 “진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서명·날인을 거부하고 검찰 청사를 떠났다. 피의자가 서명하지 않은 신문 조서는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이날 조사가 아예 무효가 된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검찰의 두 차례 소환 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고 세 번 만에, 그것도 토요일에 출석했다. 이 모든 것이 일반적 피의자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날 조사에서 이 대표는 사건 관련 질문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고 “진술서로 갈음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반면 사건과 무관한 얘기를 길게 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고 한다. 설령 그런 진술이라도 조서에서 누락됐다면 검사에게 첨삭을 요청하면 된다. 일반 피의자도 그런 요청을 하면 받아주는데 야당 대표가 하는 요구를 검찰이 어떻게 거부하겠나. 그런데도 이 대표는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됐는지는 말하지 않은 채 서명·날인을 거부했다고 한다. 애초부터 그럴 생각 아니었느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 대표는 검찰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검찰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할 수밖에 없는 패자 아니겠냐”고 했다. 하지만 검찰 측엔 재출석 일자를 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지난달 31일 이후 이어지는 이 대표의 단식 등을 고려할 때 추가 조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추가 소환 요구에 대해 “무도한 행태”라고 했다.

이 경우 검찰은 추가 조사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고, 이 대표와 민주당은 ‘부당한 수사’라며 체포 동의안을 부결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를 결의하면서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서’라는 조건을 달았다. 스스로 부당한 영장이라고 판단하면 체포 동의안을 부결하겠다는 것인데, 이 대표가 검찰 조사를 무력화하면서 거기에 부합하는 조건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의 느닷없는 단식, 조서 서명 거부가 모두 계산하고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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