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돌본 장애 딸 '말기암' 판정에 살해…60대 母 선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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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1.19. 오후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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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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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장애를 앓고 있던 30대 딸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60대 A씨가 지난해 5월 25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A씨는 법원에 출석해 "딸에게 미안하지 않나"는 취재진의 질문에 "너무 미안하다, 같이 살지 못해서"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사진=뉴스1
중증 장애를 갖고 태어나 38년간 누워서 지내던 딸이 대장암 말기 판정받자,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60대 친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9일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64세 여성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3일 오후 4시30분쯤 인천 연수구 동춘동 한 아파트 주거지에서 30대 친딸 B씨에게 수십 알의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 같은 범행을 벌인 뒤 자신도 수면제를 복용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그러나 집을 찾아온 아들에 의해 발견된 A씨는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받았다.

앞서 A씨는 38년간 B씨를 돌봐온 것으로 파악됐다. 뇌병변 1급 중증 장애를 갖고 태어난 B씨는 38년간 누워서 지냈으며, 숨지기 전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며 가슴 깊이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며 "당시 피고인은 육체적·정신적으로 극한의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고 선처를 요청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제가 그날 딸과 같이 갔어야 했는데 딸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그때는 버틸 힘이 없었고, 60년 살았으면 많이 살았으니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오열했다.

지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모든 잘못을 피고인의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선처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이 오롯이 책임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아무리 피해자인 딸의 어머니라고 해도 생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고,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38년 동안 몸이 아픈 딸을 돌봤고, 딸이 대장암 진단 후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고 우발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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