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인요한에 영어로 응대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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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1.04. 오후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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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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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자신을 만나려고 예정에 없던 돌발 일정으로 부산을 찾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게 줄곧 우리말이 아닌 영어로 응대, 메시지 뿐만 아니라 '맥락'으로도 의미를 남겼다는 분석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이날 취한 '날 선' 영어 발언 및 행동을 풀해보면 그렇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오후 3시쯤부터 부산 경성대 중앙도서관에서 이언주 전 국회의원과 함께 '무엇이든 물어보살 이준석 & 이언주 톡!톡! 콘서트'라는 제목의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이 자리를 중계하는 영상에는 인요한 위원장의 뒤통수가 계속 잡혔다. 이는 카메라가 이준석 전 대표와 이언주 전 의원을 함께 잡으면서 그 바로 앞, 즉 객석 맨 앞자리도 잡았기 때문인데, 인요한 위원장은 카메라 기준 맨 앞줄 맨 좌측에 앉았다. 카메라 기준으로 이준석 전 대표도 좌측에 자리했고, 이에 두 사람 간 거리는 꽤 가까웠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내내 눈을 마주칠 수 있었고, 일종의 간접적 대화 내지는 문답도 이뤄졌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 이언주 전 의원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있다. 이날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토크콘서트를 지켜보고 자리를 떠났다. 이 전 대표와 별도의 대화는 없었다. 연합뉴스


▶우선 이준석 전 대표는 진행자 제안으로 인요한 위원장에게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여기서 인요한 위원장을 'Mr. Linton(미스터 린튼)'이라고 부르며 '영어 응대'를 시작했다. 인요한 위원장의 영어 이름이 바로 '존 올더먼 린튼'이다.

이어 이준석 전 대표는 곧바로 인요한 위원장에 대해 '만났지만 만난 게 아니다'라는 맥락의 거리두기를 표명했다.

그는 영어로 "이제 당신은 우리의 일원이 됐고(혁신위원장 활동). 우리의 민주주의에 더욱더 관심을 기울인다고 본다. 당신이 젊은 날 지키고자 노력했던 그 민주주의 말이다"라며 "언젠가 반드시 당신과 내가 공통된 의견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고, 그러면서도 "그러나 당신은 오늘 이 자리에 올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히 최근 강서 선거(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무엇을 배웠나. 강서 지역민들과 대화하고자 노력해봤나. 그들은 분노하고 있다"면서 "모든 해답은 그들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의 언어를 따르고, 갈등을 조장하려 하지 않는다면 기꺼이 대화할 의사가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자격이 없다"고 했다.

▶여기서 '그들의 언어를 따라야 한다'는 조언이 의미심장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다른 청중들에게는 한국어를 써서 소통했지만, 인요한 위원장에게는 '콕' 짚어 영어를 썼는데, '여기 모인 사람들과 당신(인요한 위원장)은 쓰는 언어가 달라 대화할 자격이, 소통을 할 수가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들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 '그들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그들의 생각을 따라야 한다' 같은 표현을 쓸 수 있음에도, '언어'라는 키워드를 넣은 의도가 엿보였다.

이 뉘앙스는 행동으로도 보여졌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인요한 박사님에게 영어로 말씀드린 이유는"이라며 잠시 우리말로 설명하려다, 다시 영어로 "우리의 일원이 됐지만, 현재로서는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한국어를 쓰려다 '좀처럼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 인요한 위원장에게 한국어를 쓰려는 시도를 접고 다시 영어를 쓴 셈이다.

그러면서 이준석 전 대표는 "제발 우리의 편에 서 달라. 그리고 우리와 같은 언어로 말해달라. 민주주의의 언어로 말해달라 제발"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행동에 담긴 의도를 에둘러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는 평소 언론 인터뷰에서 영화를 종종 본다며 영화 내용에 비유한 시사 평론을 내놓기도 했는데, 이에 '서로 다른 언어'라는 키워드를 장치로 삼은 연출을 토크 콘서트의 일부 장면으로 보여줬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인요한 위원장의 방문 소식이 행사 개최 불과 수시간 전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이준석 전 대표가 단순히 좀 더 명확하게 본인 의사를 전달하고자 인요한 위원장 역시 익숙한 영어로 소통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 이언주 전 의원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있다. 이날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토크콘서트를 지켜보고 자리를 떠났다. 이 전 대표와 별도의 대화는 없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대표의 영어 발언에 대해서는 인요한 위원장도 응수했다. 그는 "영어를 나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다"며 큰소리로 웃었다.

그러자 이준석 전 대표는 "그런데 여기서 내가 환자인가. 오늘 이 자리에 의사(인요한 위원장의 원래 직업, 세브란스병원 의사)로 왔느냐"라고 자신의 장기인 '시사 풍자'를 가미해 인요한 위원장에게 질의했다.

이어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가서 그와 이야기하라.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열린 해석'의 여지를 남긴 맥락이다.

다만, 이준석 전 대표는 앞선 언론 인터뷰 등에서도 인요한 위원장의 원래 직업이 의사인 점을 감안해 윤석열 대통령 내지는 대통령실을 가리켜 '치료'할 것을 주문했고, 인요한 위원장도 "제가 원래 의사다. 당(국민의힘)에 필요한 쓴 약을 조제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즉, '인요한=의사'는 현재 자기자신도 정치적 표현에 쓰고 있는 일종의 '오픈 소스'다.

그러자 인요한 위원장은 재차 크게 웃으며 "경청하러 왔다"고 답했다.

또 이준석 전 대표는 인요한 위원장에게 "개혁보다 혁명이 쉽다"고 했다가 "인요한 박사님, 이노베이션(Innovation, 혁신)보다 레볼루션(Revolution, 혁명)이 나을 것 같다"고 자신의 말을 재차 영단어로 전하기도 했다. 이는 인요한 위원장의 임무인 '혁신'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토크 콘서트는 1시간 30분정도 진행됐다. 이어 사진 촬영 등의 순서가 남긴 했으나, 인요한 위원장은 먼저 일어나 자리를 떴다. 자리를 뜨기 전 이준석 전 대표를 수 초 정도 응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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