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그룹·하림그룹·동원그룹에 이어 글로벌세아까지 참여를 결정하면서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인수전이 빠르게 불붙고 있다. 누가 인수해도 재계 자산총액 순위를 카카오급(15위·34조2070억원)으로 수직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에 더 많은 대기업 참여가 예상된다. KDB산업은행 측은 매각가 5조원 안팎이 예상되는 HMM 매각 거래가 주식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라 이번 인수·합병(M&A) 후에도 남는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처리할 후보별 계획이 인수 경쟁 승리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HMM 매각 공고가 나간 이래 SM그룹, 하림그룹, 동원그룹, LX그룹 등이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하고, 예비입찰 참여 여부와 인수 전략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세아는 조만간 IM을 받고 참여를 공식화할 방침이다. 이번 거래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다음달 21일까지 예비입찰 접수를 하고, 이후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를 추려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HMM 인수 거래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후보별 자금 동원력이다. M&A 시장에서는 그룹 내 현금과 재무적투자자(FI) 협업 여부만 놓고 봤을 때는 하림그룹이 다소 앞서간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림그룹은 2015년 회생절차에 들어간 팬오션을 공동으로 인수해 턴어라운드에 성공시킨 JKL파트너스와 이번 거래 전략을 세우고 있다. JKL파트너스가 블라인드 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고 모금부터 하는 펀드), 프로젝트 펀드, 인수금융(M&A를 위한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하림지주 현금성자산도 1조1793억원(3월, 연결 기준)에 달해 투자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SM그룹은 계열사 자금을 총동원하면 1조원까지는 조달이 가능할 전망이다. M&A로 사세를 확장한 SM그룹은 SM상선, 대한해운, 대한상선 등의 해운사와 SM스틸, 삼라마이다스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다만, 이는 SM그룹이 인수 희망 금액으로 내건 4조5000억원에는 밑도는 액수라 차입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원산업의 경우 현금성자산은 4749억원으로 상대적 열위에 있지만 한투금융그룹과 공조가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투금융그룹은 동원그룹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계열 분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재무적 지원이 가능한 상황이다. 실제 동원산업, 동원시스템즈 등 동원그룹 계열사 회사채 발행 등에 있어 한국투자증권이 수차례 주관사 업무를 맡았다.
글로벌세아는 현금성자산이 2316억원으로 FI와의 협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IMM PE와 손잡게 된다면 유력 인수 후보로 뛰어오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주체의 컨소시엄이 실현된다면 IMM PE가 보유 중인 현대LNG해운과의 시너지 효과도 발휘할 수 있다. 이 밖에 LX그룹은 LX인터내셔널이 1조3240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여타 인수 후보만큼 거래 전략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후 남는 영구채에 대한 후보별 태도도 인수전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이번 거래에는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2조6800억원의 영구채 중 1조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전환한 주식이 포함되는데, M&A 종료 후에도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가 남는다. 산업은행 측은 이번 거래가 주식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 해당 영구채 처리를 놓고 매각 측과 적극적으로 협조할 후보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매각 측은 HMM의 상환권 행사에 따라 단계적으로 잔여 영구채 전환 여부를 결정하고, 이 과정에서 발행될 전환 주식은 인수자와 협의해 처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단계적으로 주식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영구채 회차별 HMM의 조기상환권 행사 시점이 상이하기 때문"이라면서 "시점별 HMM 주가와 전환권 행사가격인 5000원을 비교하며 전환 여부를 결정해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그들의 선관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1년 새 폭락한 해상운임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현재 해상운임은 팬데믹 이전의 장기 평균 수준으로서,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던 운임이 정상화된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전 세계 10개 미만의 국적 원양 컨테이너선사가 시장을 과점하는 상황"이라며 "HMM이 해운사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친환경 투자 등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시장에 어떻게 어필하는지가 거래 성사 여부, 최종 거래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창영 기자 / 강두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