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6년 만에 불법집회 해산훈련···“살인적 근무” 현장은 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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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5.25. 오후 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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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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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자들이 해산 명령에 불응 상황
단계적 강제 해산과 검거에 집중
소음규정 위반시 대응 훈련도 병행
“초과근무 월 130시간 이상” 불만도
25일 서울 중구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기동대원들이 불법 집회·시위 해산과 불법 행위자 검거 훈련을 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의 ‘불법집회 해산 및 검거 훈련’이 25일 6년 만에 공식 재개됐다. 정부·여당이 지난 16~17일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회에 경찰이 손 놓고 있었다며 강경 대응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경찰청 산하 경찰 기동대 9개 중대와 경기북부·인천·강원경찰청 소속 기동대 13개 중대가 불법집회 해산 훈련에 투입됐다. 대규모 집회가 집중된 서울의 경우 전날 불법시위를 엄단하기로 한 당정협의회가 끝난 뒤 곧장 시범 훈련을 실시했다.

25일 서울 중구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기동대원들이 불법 집회·시위 해산과 불법 행위자 검거 훈련을 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의 불법집회 해산 훈련은 2017년 3월 이후 6년2개월 만이다. 2015년 11월 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직격당해 숨지자 경찰은 훈련을 중단해왔다. 이날 재개된 훈련은 다음달 12일까지 실시된다. 전국에서 경찰 기동대 131개 중대 1만2000여명의 경력이 참가한다.

훈련은 시위자들이 해산 명령에 불응하는 상황을 가정한 단계적 강제 해산과 검거에 집중됐다. 방송장비 압수 등 소음규정 위반에 대응하는 훈련도 병행했다. ‘캡사이신 분사기’와 같은 장비는 쓰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훈련은 서울과 지역 투 트랙으로 진행된다”며 “집회 관리 경험이 적은 지역 시·도청에는 경찰청이 전문 교관단을 파견해 훈련한다”고 했다. 이날 경기북부·인천·강원청 합동 훈련을 시작으로 경기남부, 충청권, 경남권, 전라권, 경북권 순으로 돌아가며 2차례씩 훈련할 방침이다.

25일 서울 중구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기동대원들이 불법 집회·시위 해산과 불법 행위자 검거 훈련을 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은 지난 22일 경찰청 경비국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이번 훈련 시행을 결정했다. 갑작스럽게 고강도 훈련이 재개되자 경찰 내부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날 서울청 시범 훈련에서는 시위대 대역을 한 경찰 기동단원이 진압 방패에 맞아 코피를 흘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경찰청 게시판에는 “정부에서 건설노조 철야 농성에 대해 뒤늦게 강력히 대응을 하라고 하니 경비본부에서 직원들 정신이 해이하다며 살인적인 근무표 사이에 훈련을 집어넣고 휴무는 보장해주지 않고 있다. 올해 초과근무가 매달 130시간 이상”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 경찰관은 “누적된 피로로 예민해진 상황에서 훈련이 이뤄지다 보니 모의훈련에서도 감정이 격화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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