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난 해결사’ 로봇…3분 카레도, 변압기도 척척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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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1.15. 오전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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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군 오뚜기 대풍공장에서 카레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은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구인난을 해소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 오뚜기]
지난 7일 울산광역시 동구에 있는 HD현대일렉트릭의 변압기 공장. 두꺼운 철문을 열고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로봇 팔처럼 생긴 ‘핸들러’(Handler·철판을 흡착하고 이동시켜 쌓아 올리는 기계 팔)가 5초 간격으로 움직이며 사다리꼴 모양의 전기강판(실리콘 스틸)을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이 회사 양재철 HD현대일렉트릭 상무는 “변압기 생산공정 중 첫 단계인 철심 구조물을 만드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철심 하나의 두께는 불과 0.23~0.3㎜에 불과하다. 이를 적게는 2000장, 최대 1만장까지 오차 없이 쌓아 올려야 한다. 시트 적층을 위해선 그동안 4~6명의 작업자가 일일이 철심을 쌓아야 했다.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 이후엔 필요 인력이 1.5명으로 줄었다. 강진호 변압생산부 책임은 “사람이 하면 밤낮으로 일주일 걸리는 작업시간을 나흘 정도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산업 현장 곳곳에 로봇이 도입되면서 생산성 향상과 인력난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과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로봇 채용’ 움직임이 활발하다. 요컨대 ‘구인난 해결사’인 셈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최근 3년간 선도 사업을 통해 자동차·전기전자·섬유 등 업종의 352개사에 로봇 716대를 투입했더니 생산성은 60.4% 향상되고, 불량률은 58.7% 감소했다. 김수영 호서대 스마트팩토리기술경영학과 교수는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면 생산성을 20~70%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시장도 커지고 있다. 14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332억 달러(약 44조1000억원)에서 2026년 741억 달러(약 98조5000억원)로 연평균 17.4% 성장할 전망이다.

충청북도 음성에 있는 오뚜기 대풍공장도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산 효율을 높인 대표적인 현장이다. 이곳에선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케첩·마요네즈·카레 등을 포함해 452개 품목을 연간 25만t 규모로 생산한다. 지난해에만 8641억원어치를 생산했고, 올해는 여기서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8일 현장을 찾아보니 다양한 로봇이 ‘3분 카레’ ‘3분 짜장’ 같은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을 쉴새 없이 만들어내고 있었다. 김혁 대풍공장장은 “과거 케첩이나 마요네즈를 한 번에 여러 개 잡아 박스에 넣는 ‘달인’ 같은 작업자가 있었다면 지금은 로봇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며 “한때 60여 명이 일하던 케첩 공정에 이제는 절반 정도만 배치했다”고 말했다.

외식 업계도 서빙·조리 등 서비스용 로봇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두산로보틱스와 ‘치킨로봇 솔루션 확산’ 업무협약을 맺고 매장 효율화에 나섰다. 시간당 최대 24마리의 닭을 튀길 수 있어 생산성이 높고, 기름 교체와 바닥 청소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내년 1월부터 주방 자동화 로봇 ‘알파그릴’을 순차 도입할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에 따라 패티 조리 시간이 5분에서 1분50초로 줄어든다. 단순 작업을 축소해 구인난 해결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정수 성균관대 스마트팩토리융합학과 교수는 “당장 로봇이 단순·반복 업무를 맡은 인력을 줄이는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고급 인력은 더 많이 고용해야 한다”며 “섬세한 아날로그 기술 구현을 통해 제조업의 본원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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