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대, 채용으로 마우나 참사 피해자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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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2.21. 오전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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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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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나 리조트 참사 10주기…끝나지 않은 고통 <3> 피해자 지원은 계속된다- 총장, 장연우 씨 찾아 직원 제안
- 장 씨 “평생 함께하자는 말 감동
- 생각도 못 한 선물 받은 것 같아”

- 故고혜륜 씨 유가족 보상금 6억
- 바누아투에 딸이름 딴 학교 짓고
- 부산외대에는 장학금 2억 기부
- 학교 측 혜륜학교와 교류 넓히고
- 후원으로 장학금 명맥 유지키로

부산외국어대학교가 마우나 리조트 참사 10주기를 맞아 장연우(국제신문 지난 13일 자 1면 보도) 씨가 입원한 인천 병원을 찾았다. 외대는 10년째 병원에서 고통받는 장 씨에게 명예졸업장 수여와 교직원 채용을 제안했다. 장 씨는 연신 감사를 표하며 먹먹함에 목이 메였다. 이외에도 외대는 故 고혜륜 씨 유가족이 기부한 장학금이 거의 소진됨에 따라 추가 기금을 조성하는 등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의 뜻을 지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참사 피해자를 각별하게 챙기는 외대의 책임 있는 자세는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부산외대 장순흥 총장이 20일 인천의 한 재활요양병원에서 경주 마우나리조트 생존피해자 장연우(30) 씨와 만나 격려하고 있다. 장 총장은 이날 10년째 치료 중인 장 씨에게 명예졸업과 외대 교직원 채용을 제안했다. 부산외대 제공

▮외대, 장 씨에 채용 제안

부산외대 장순흥 총장은 20일 오전 인천의 한 재활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장연우(30) 씨를 만났다. 이날 장 총장의 방문은 37번의 수술에도 돌발성 통증으로 수시로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는 등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장 씨의 근황을 국제신문 보도로 접하면서 이뤄졌다. 직접 장 씨를 만나 그의 고충을 듣고 학교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한 것이다.

부산외대는 이날 장 씨에게 깜짝 제안을 했다. 장 씨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하고 학교 교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학교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원격근무로 행정업무를 처리했던 경험을 살려 장 씨도 원격으로 행정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장 총장은 이날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연우 학생에게 학교가 해준 게 별로 없었던 거 같다”며 “연우 학생에게 혼자가 아니고 부산외대 한가족이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계속 함께하겠다는 차원에서 조심스레 제안했다”고 말했다.

장 씨는 부산외대에 제안에 연신 감사를 표했다. 장 씨는 이날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평생 잊지 않고 함께 하겠다는 총장님의 말씀을 듣고 정말 감동받았다”며 “매년 2월만 되면 유독 몸 상태가 안 좋아져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조만간 학교 측과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장 씨는 “생각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미처 생각도 못한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며 학교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희생자·유가족 희생 정신 이어가

부산외대는 마우나 리조트 참사 10주기를 맞아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의 희생정신을 이어갈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故 고혜륜(아랍어과 1학년) 씨 유가족이 기부한 소망장학금이 지난 10년 동안 학생들에게 지급돼 바닥을 드러냄에 따라 외부에서 후원을 받아 장학금의 고귀한 정신을 이어가기로 했다. 외부 후원금으로 장학금을 마련해 고 씨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지속해서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소망장학금은 아버지 고계석 씨가 2014년 2월 24일 고 씨의 사망신고를 마친 뒤 곧장 대학에 전달한 사고 보상금 2억 원으로 마련됐다. 생전 공부를 마치고 세계 어려운 지역 이웃들을 돕고 싶어 하던 딸아이의 뜻을 존중한 결정이었다. 고 씨는 “딸의 이루지 못한 꿈이 담긴 장학금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어 기쁘다”며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사회에서 제 몫을 하는 어른으로 자리 잡아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부산외대는 지난 10년 동안 104명의 부산외대 학생에게 총 1억6400만 원의 소망장학금을 지급했다. 이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고 씨에게 편지를 보내 “장학금 덕분에 아르바이트를 줄이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등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유가족의 고귀한 선행은 이뿐만 아니다. 참사 당시, 유가족 전원이 함께 뜻을 모아 중상을 입은 피해생존자를 돕기도 했다. 당시 보험사가 희생자 9명의 유가족에게 각 500만 원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유가족은 중상 학생 5명의 치료와 재활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총 4500만 원을 전액 기부했다. 부산외대는 2015년 4월 중상학생 4명에게 500만 원씩 지급하고 부상이 심한 장연우 씨에게 2500만 원의 재활 위로금을 지원했다.

이후 故 박주현 씨 유족도 모교인 덕문여고와 부산외대, 이기대 성당에 각 1004만 원씩 천사장학금을 기부했다. 학교는 2015년 유가족 요청에 따라 비즈니스일본어학부 학생 중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 10명에게 각 100만4000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지난해는 故 양성호 의사자 어머니 하계순 씨가 남구에 저소득층 주민에게 전해달라며 9000만 원 상당의 화장품 세트를 기부하기도 했다.

▮바누아투 혜륜학교와 교류 확대

부산외대는 올해부터 남태평양 바누아투에 세워진 ‘혜륜 학교’와 교류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고 씨는 2016년 장학금을 조성하고 남은 사고보상금 4억 원 전액으로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에 딸의 이름을 딴 ‘혜륜유치원·초등학교’를 세웠다. 이후 졸업한 아이들이 다닐 중·고등학교도 유가족 지인의 기부로 세워졌다. 바누아투는 연평균 국민소득이 3700달러 수준인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외대는 바누아트 혜륜학교에서 외대 학생들이 매년 교육봉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또 바누아투 혜륜학교에 다니는 중·고교생이 졸업하면 부산외대 유학생으로 초청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그에 앞서 올해 처음으로 바누아투 고교생이 직접 부산외대를 방문해 학교를 둘러보고 감사의 뜻을 표할 예정이다. 장 총장은 “혜륜 학생과 유가족의 아름다운 뜻을 이어가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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