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 결과 13%로 여권 주자 중 1위를 차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6일 나왔다. 여권 일부에서도 의아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강경 보수층이 과표집(실제 분포보다 과다하게 집계)되고 있다는 증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28%)에 이어 김문수 장관이 13%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홍준표 대구시장 8%, 오세훈 서울시장 6%,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5%, 태도유보 26% 순으로 나타났다. 김 장관이 잠재적 여권 주자들 사이에선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셈이다. 김 장관은 앞서 실시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범여권 주자 중 선두권으로 집계된 경우가 있었다.
김 장관은 이번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31%를 얻어, 홍준표 시장(17%), 오세훈 시장(15%)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이념성향별 보수층에서도 31%를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70세 이상 29%, 60~69세 21%로 고연령층에서 지지가 높았다.
여권은 김 장관의 높은 지지율에도 대선주자로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 분위기다. 중도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장관이 후보가 되면 중도에서 누가 우리 당을 찍겠나. 대선은 해보나 마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의 경우 김 장관의 중도층 지지율은 4%, 진보층 지지율은 2%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김 장관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점이 강경 보수층 과표집의 증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극우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과표집되는 경향이 크다”며 “심지어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서도 여론조사를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극우층은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진보 진영을 “좌빨”이라고 지칭하는 이들의 “여론조사에 적극 응답하세요. 연령은 가능하면 50대 이하로”라는 독려글이 다수 게재돼있다.
이같은 결과는 김 장관의 그간 행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장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을 창당하고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왔다. 윤석열 정부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장, 고용노동부 장관에 중용된 이후로도 ‘일제시대 선조 국적은 일본’ 등의 주장으로 논란이 됐다. 탄핵 정국에서 국무위원 중 거의 유일하게 사과 입장을 밝히지 않기도 했다. 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극단적 지지층이 마땅히 밀 사람 없으니 김 장관에게 지지가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YTN라디오에서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고, 윤석열 대통령과 가장 최측근에 있었던 김문수 장관에 대해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는데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김 장관이 지지율이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탄핵 반대를 주도했던 세력이 전광훈 목사, 자유통일당 등이 주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9.6%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