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과연 보수는 위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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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前세종특별자치시 정무부시장

과연 보수는 위기일까? 이번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압승하면서 ‘보수 위기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보수당이 총선거에서 3연패를 당하고 나니 그런 위기론이 나올 만도 하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의 경우 50대의 44%가 조국혁신당에 투표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 보수 진영으로 볼 때는 비관적이다. 지금의 50대가 40대이던 때부터 진보성향의 투표를 했는데 50대가 돼서도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40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번 4·10 총선거에 나타난 의미 있는 통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54개 지역구에서 민주당은 약 50.5%, 국민의힘은 45.1%를 득표한 것으로 밝혀졌다. 득표율을 보면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5.4%포인트 더 얻었을 뿐인데 의석수는 민주당이 63.4%(161석), 국민의 힘은 35.4%(90석)을 차지했다. 따라서 1.1%포인트, 어떤 곳은 0.53%포인트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당락이 뒤바뀌는 곳이 적지 않았다. 이것은 보수의 가치가 위축됐다기보다는 정권심판의 욕구가 강하게 표출됐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대통령의 대파 이벤트만 없었어도 1% 상당의 차로 낙선의 고배를 마신 국민의힘 후보들은 다 당선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나 조국혁신당 대표, 그리고 많은 야당 후보들이 유세 때마다 대파를 흔들어 보이며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을 공격했다. 오래전부터 유권자들은 농산물 등 물가가 고공행진에 대해 불만이 높았는데 대통령의 875원 발언은 그동안의 민생정책에 불신을 가져왔으며 야당의 정권 심판론에 감성적 공감을 일으키게 한 것이다.

이런 감성적 분위기는 야당이 대통령 남은 임기 3년은 너무 길다며 탄핵을 외치는데도 역풍이 불지 않을 정도였다. 정상적인 선거에서 ‘탄핵’의 ‘탄’소리만 나와도 역풍이 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보수가 패한 것은 보수의 가치가 훼손됐기 때문이 아니라 이 같은 여당의 전략 부재에서 비롯됐다. 민주당은 이해찬, 김부겸 등 전직 총리만도 두 명이 선거 지휘를 맡았고 이재명 대표의 요지부동으로 낙천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당에 남아 후보자들을 지원했다. 막판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도 뛰어들어 민주당 색깔의 점퍼를 입고 야당 후보의 지원에 나섰다. 그야말로 연합함대였다. 심지어 문 전 대통령은 “70 평생에 이렇게 무능한 정부는 처음”이라며 노골적인 정치 공세를 펼쳤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한 사람에게 전국 선거를 맡겼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준석 전 당대표도 쳐냈고 당 대표에 나선 나경원 전 의원은 주저앉혔으며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도 변방에 내몰았다. 선거 연합군 편성에 실패한 것이다. 실패가 아니라 오만했던 것이다. 거기에 더해 해병대 채 상병 죽음과 관련한 수사선상에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과정에서 벌어진 소동과 황상무 수석비서관의 ‘회칼’ 발언은 그 수습 과정이 ‘동네 축구’ 수준만도 못한 ‘자살골’이었다. 이런 미숙한 전략만 아니었으면 국민의힘이 이렇게 참패하진 않았을 것이다. 보수가 이렇게 위축되진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이번 기회에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다면,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때의 초심으로 바뀐다면, 보수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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