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에 부동산 위기 겹쳐
소비심리 꽁꽁… 기업은 투자 위축
주식거래세 인하 등 진화 나섰지만… 거래 재개된 헝다, 주가 87% 폭락
폐업한 미용실 옆 편의점 점원은 “미용실이 문을 닫은 지 한 달쯤 된 것 같다. 문을 닫는 가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코로나로 오가는 사람 자체가 없어 어려웠다”며 “올 초 ‘위드 코로나’ 이후 다니는 사람들은 늘었지만 돈을 잘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30∼40년간 ‘글로벌 성장 엔진’ 역할을 해온 중국 경제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3년에 걸친 ‘제로 코로나’ 정책의 휴유증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건설·부동산 시장은 부실이 쌓여 관련 기업들의 디폴트 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중국 정부가 28일부터 자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식거래 인지세를 0.1%에서 0.05%로 내리기로 하면서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1% 이상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처럼 경기를 끌어올리려는 중국 당국의 안간힘에도 내수 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원지인 헝다(에버그란데)도 이날 17개월 만에 주식 거래를 재개했지만 장 중 87%나 주가가 급락했다. 중국과의 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앞날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조사팀장은 “미국 주도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구조적으로 중국에서 고령화가 진행됐고 자본 효율성도 떨어져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이루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제로 코로나로 위축된 소비심리
부동산 경기 하락에 더 얼어붙어
고용도 적신호… 청년실업률 급증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과도한 코로나 방역 정책과 부동산 경기 하락이 맞물려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봉쇄하는 극단적 방역 정책을 폈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막히면서 소비도 급감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당분간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동력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초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가 142.5%까지 치솟아 빚을 내 부동산을 살 수 있는 여력이 현저히 줄었다. 부동산 호황기 때 폭발적으로 늘어난 부동산 대출도 올 3월 1.26%(전년 동월 대비) 느는 데 그쳤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개발권을 팔아 경기를 부양하던 지방정부가 재정난에 봉착해 과거처럼 대규모로 현금을 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저축을 늘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중국 가계 저축액은 132조2000억 위안(약 2경4253조 원)에 달한다. 이 중 올 상반기(1∼6월)에만 12조 위안(약 2201조 원)이 늘어 10년 만에 반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경제구조의 혁신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거나 소비·투자 위축에 대응할 강력한 카드를 내놓지 않는다면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 정부가 최악의 소비심리 지수를 제대로 읽지 못해 경제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줄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당장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