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車, 새해 벽두 '이합집산'…SK온, 자금에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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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1.11. 오전 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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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훈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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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포드, 튀르키예 공장 합작 대상
LG엔솔로 바뀔 수도
자금·공장 수율 등 여러 변수따라
올해 모빌리티 업계, 셈법 복잡


새해 초입부터 배터리 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확정은 아니라지만 미국 포드 자동차가 튀르키예 공장을 같이 만들 파트너를 SK온 대신 LG에너지솔루션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배터리 공장을 전세계에 건설하는데 기업별로 수십조원이 넘는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금·위험 분산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배터리·완성차 기업들의 이합집산이 이뤄지고 있다.

11일 국내 배터리셀 제조기업들이 지난해 3분기까지 집행한 설비투자액(CAPEX)은 LG에너지솔루션 4조1170억원·SK온 2조7848억원·삼성SDI 1조6521억원으로 모두 8조5539억원이다. 4분기 투자액을 합하면 1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공장 하나만 해도 조(兆)단위 투자가 필요하다. 합작 방식으로 투자를 하고 있지만 배터리 3사 모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금리 상황에서 이같은 막대한 자금을 지속적으로 동원하는 것은 글로벌 대기업 입장에서도 힘에 부치는 일이다.

◆돈줄 마르는 SK온=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SK온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 포드와의 튀르키예 합작 공장이 좌초 위기에 놓인 것도 자금 상황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K온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조4523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향후 설비 투자 규모를 더한 잉여현금흐름은 -4조2371억원이다. 장사로 벌어오는 현금(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적자인 상황에서 공격적인 공장 건·증설에 재투자한 돈이 3조원 가까이 됐다는 것이다.

SK온이 지금까지 투자하기로 한 자금은 23조원, 이미 지출한 금액은 9조2614억원이다. 남은 규모는 약 13조~14조원이에 이른다. 합작 투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홀로 감당해야하는 금액은 아니지만 여전히 6~7조원을 추가 투자해야한다. 특히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맟춰 신규 공장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투자액은 더욱 커질수 있는 상태다.

여기에 SK그룹의 '돈줄' 역할을 했던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떨어지면서 그룹 투자가 얼어붙을 가능성도 짙다. 그룹의 대표 기업이 흔들리면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 SK의 다른 계열사에도 투자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전파될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예상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는 8061억원이다. 키움증권 등 증권업계는 올해 1분기 적자폭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초 IPO를 통해 10조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6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는 건실한 실적과 함께 비교적 보수적인 신규 투자를 이어가면서 재무 건정성이 배터리 3사 중 가장 나은 상황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합작 공장 변화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SK온 입장에서는 자금 시장이 경색되는 국면에서 튀르키예 공장을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올해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라 예상처럼 오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내실 다지기'로 전략을 바꿀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5일 (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2023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SK온의 SF배터리를 방문객들이 관람하고 있다. 사진제공=SK온


◆공장 정상화·밸류체인 다각화=기업 안팎의 변수도 남아있다. 공정 효율화 과정의 시행착오는 배터리 업계 최대 화두다. 타사에 비해 다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늦게 뛰어든 SK온은 이같은 시행착오도 다소 늦게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해외 전기차 배터리용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이 2012년, 삼성SDI가 2015년 건설한 데 비해 SK온은 2019년으로 늦은 편이다. 기가와트시(GWh) 단위의 대규모 공정에서 수율(양품률)을 손익분기점이 되는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에는 보통 2~3년이 걸린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는 고밀도의 에너지가 내장된 장치로 전기차 탑재된 이후 뿐만 아니라 공장 가동시에도 화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 건설과 정상화까지 시행착오를 겪을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 말했다.

포드의 '튀르키예 변심'은 가치사슬(밸류체인) 다각화로도 설명할 수 있는 문제다. 포드는 SK온과 함께 미국 켄터키·테네시주(州)에 2025년까지 총 규모가 129GWh에 달하는 공장 3개를 짓는다. 투자액만 10조원이 넘는다. 유럽향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튀르키예 공장은 다른 배터리 기업을 선택해 배터리 결함·사고 등의 위험을 분산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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