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4구부터 주택거래 회복 … 실수요자 매수의견 나오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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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5.30. 오후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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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 8인 긴급진단

◆ 부동산 경기 변곡점 ◆



부동산 관련 각종 지표가 개선되면서 '집값 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의 대명사로 여겨진 미분양 물량이 감소하고 있고, 서울은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 모두 약 1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올 들어 부동산 매매 활성화를 주도한 특례보금자리론이 연말까지 연장되면서 부동산 시장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03%를 기록하며 지난해 5월 이후 약 1년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전세 가격도 0.01% 상승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1월 이후 약 16개월 만에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올 들어 꾸준하게 늘어나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숨 고르기를 하는 모습이다.

4월 거래량이 3000건 이하로 떨어져 5개월 만에 줄어들었다. 하지만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강남·서초·송파·강동 4개 구는 4월 주택 거래량이 1125건으로 14.1% 늘었다.

30일 매일경제신문이 부동산 전문가 8명을 대상으로 긴급 시장진단을 진행한 결과 다수 전문가가 "부동산 시장이 바닥에 도달했다"고 답했다. 다만 이른바 'V자 반등'과 같은 급격한 가격 상승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추가적인 외부 요인이 없다면 집값이 더 바닥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급매가 소진된 후 나오는 매물은 더 오른 가격에 거래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직전 거래 대비 상승한 거래 비중이 증가하면서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은 공급 물량이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가격 조정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최근 금융당국이 특례보금자리론 재원을 늘려 연말까지 공급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부동산 시장 추가 하락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금융당국이 재원을 늘려 연말까지 특례보금자리론을 공급하기로 한 조치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점이 거래량과 가격의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집값이 최저점을 지났다고 해도 당분간 급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과 수도권, 광역시는 바닥권으로 보인다"며 "역전세나 저성장 등 현안 때문에 매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어려워 회복 속도가 아주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희 한국주택금융공사 수석연구위원도 "집값 상승폭이 확 늘어나기보다 지금처럼 횡보세를 보이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집값이 올랐다가 다시 떨어지는 '더블딥'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며 "경제 성장률과 주식시장, 수출 등이 안정돼야 집값도 본격적인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은정 하나감정평가법인 이사는 "급매 위주로 거래되면서 가격이 오른 매물에 추격 매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역전세난이나 경기 침체를 고려할 때 V자형 반등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주택 거래와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금리 리스크'에 대해선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렸다. 경제 주체들이 고금리에 익숙해져 더 이상 변수가 되기 힘들다는 목소리와, 여전히 위험 요소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금리 불확실성은 사실상 제거된 상태"라며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한 차례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향후 하락하면 부동산 시장 상승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 빅데이터랩장 역시 "많은 사람이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을 예측했던 것도 그만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며 "금리 인상 속도나 최종 금리 모두 고점을 향해 가는 만큼 불확실성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한국과 미국 모두 금리를 빠르게 인상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보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빠른 속도는 아니더라도 언제든 올릴 여지가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매수 시점에 대해 '당장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고 원장은 "사실 올해 1분기가 기회였다"며 "금리, 글로벌 경제 상황 등이 아직 완전히 좋아지지 않아 '지금 사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금융 불균형이 아직 해소되지 않아 이로 인한 부동산 가격 조정이 예상된다"며 "적극적 투자보다는 안정적 자산 운영에 더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지금 매수한다면 타이밍보다는 가격 메리트를 봐야 할 것"이라며 "부동산 고점은 2021년 10월로 보인다. 고금리 변수가 더 이상 크지 않아 당시 가격과 비교해 메리트가 얼마나 있는지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총 4만7555건으로 전월 대비 9.1%(4778건) 감소했다. 전국 매매 거래량은 지난 1월 2만5761건으로 바닥을 찍은 뒤 2월 4만1191건, 3월 5만2333건을 기록하며 점차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761건으로 바닥을 찍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3월엔 3234건까지 늘어났으나 4월에 2981건으로 다시 소폭 떨어졌다.

전셋값 하락 여파로 최근 전세 계약이 체결되는 물건은 '역전세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방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품이 다소 빠진 가격에 전세가 거래되면서 최근 거래 건은 만기 시점에 역전세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2년 전 계약을 맺은 물건은 올해 하반기 위험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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