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딸, 이젠 영원한 방학이네” 아빠는 연신 영정사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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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2.11. 오후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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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보내겠어요” 빈소 찾은 교사들 오열
지난 10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김하늘양이 교사에 의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일 범행이 발생한 학교에서 인근 주민들이 조화 화환을 놓으며 김양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가수가 꿈이었던 하늘이. 지난 9일 생일 맞은 여동생을 안아주며 재밌게 놀아주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11일 오전 10시쯤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2층에 들어서자 지난 10일 오후 6시쯤 대전 한 초등학교 시청각실에서 이 학교 40대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1학년 김하늘(8)양의 빈소가 막 차려지고 있었다. 해맑게 웃는 모습이 담긴 딸의 영정 사진을 집어든 아버지 김모(38)씨는 “우리딸, 아이고 예쁘다”라며 헛웃음을 지으면서 팔소매로 영정사진 액자를 연신 닦았다. 그러다가 한동안 말없이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훔쳤다.

숨진 하늘이에게는 목사 출신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님, 두살 아래 여동생이 있다. 6살 여동생을 둔 하늘이는 성격이 활달해 가족은 물론 친구들과도 항상 밝게 지내던 아이였다고 한다.

김양 아버지는 “하늘이의 꿈은 아이브 장원영 같은 가수가 되는 거였어요, 춤 추는 걸 워낙 좋아해 항상 춤을 따라 하고 공연도 빼놓지 않고 보려한 장원영의 찐팬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아이의 꿈이 산산히 깨졌다”며 “딸의 죽음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최근 서울에서 결혼식이 있어 갔다가 사촌동생 식구들과 만나 키즈카페에 가서 신나게 놀던 하늘이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그는 “사건 당일 아침에도 출근하는 저를 위해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 인사할 정도로 정이 넘치는 아이였다”며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오는 8월에 하늘이 등 두 딸과 가족들이 함께 베트남 나트랑으로 여행가려고 숙소까지 다 예약을 했는데 더 이상 가족들과 추억을 쌓지 못하게 됐다”며 고개를 떨궜다.

11일 오후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 학생들이 국화꽃을 놓으며 추모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5시 50분쯤 이 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생인 김하늘(8)양이 흉기에 찔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숨졌다. 경찰은 현장에서는 다친 채 발견된 교사 B(40대)씨가 김양을 찌른 뒤 자해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김양 빈소에는 하루 종일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빈소를 찾아 해맑게 웃고 있는 제자의 영정 사진을 본 김양의 담임선생님은 무릎을 꿇고 오열했다. 김양 아버지가 담임선생님을 보고 눈물을 터뜨리며 “아이 가는 길, 좋은 향이 나도록 향 하나 올려달라”고 말하자, 선생님은 “전 못 보내요”라며 울먹였다.

빈소에는 해당 학교 교사들도 찾았다. 김양 아버지가 “딸이 이제 학교도 안 가고 학원도 안 가고, 계속 방학이라 영원히 키즈카페에서 놀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교사들은 더 크게 울먹이며 눈물을 쏟았다. 김양 아버지는 “6살인 둘째도 곧 언니를 따라 같은 학교에 갈 예정이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앞으로 애들을 잘 봐주시라”고 부탁했다.

김양의 친구들도 친구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어린 탓에 친구의 죽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표정도 지었다. 맞벌이로 알려진 김씨부부는 애써 눈물을 삼키면서 “왔어? 하늘이에게 인사해야지”라며 아이들 뺨을 쓰다듬어 줬다.

김양 아버지는 이날 “미술학원을 가게 됐을 때도 딸이 잘 다닐 테니 걱정 말라고 나와 아내를 위로해줬다”면서 “학원을 보내지 않았으면 하늘이는 살아있을 텐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목사 출신인 김양 할아버지는 첫 손녀에게 사랑과 축복의 의미를 담아 이름도 직접 지어줬다고 한다. 그는 “하늘에 초점을 맞추며 살라는 뜻이었다”면서 “그 아이가 이렇게 빨리 하나님 품으로 갈 줄 몰랐다”고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김양 아버지는 “또다시 하늘이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정부에서 철저한 대책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해당 학교 졸업생 외에도 학부모 등 많은 이들이 추모를 위해 학교 인근을 찾았다. 2학년 학부모라고 본인을 소개한 배지영(여∙44)씨는 “정말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고, 우리 아이가 겪을 수도 있었다는 게 너무 끔찍하다”면서 “같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나 슬프다”며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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