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은행에서 비은행으로 '유동성 수혈'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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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2.02. 오전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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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KB 등 1조원 규모…수신기능 없는 여전사 중심 차입 확대
자금시장 발작 막기 위한 정부정책 동참…"수익성 감소는 부담"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대출창구 모습. 2021.12.2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연말결산 등 자금수급 변화로 단기자금시장 발작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지주들이 은행 자회사를 통해 비은행 자회사 유동성 확대에 나섰다. 특히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 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를 중심으로 한 리스크 대응력 강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신한은행을 통해 카드, 캐피탈, 보험 등 자회사에 9000억원 규모의 일반자금대출 및 당좌대출을 진행했다. 신한카드에 4000억원, 신한라이프와 신한캐피탈에 각각 3000억원, 2000억원이다.

신한금융 측은 "최근 시장 변동성 증가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운영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신한은행으로부터 차입을 결정한 것"이라며 "'원신한' 협업을 통해 그룹사가 서로 지원하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지주들도 자금 지원에 나서거나 지원을 위한 내부 논의에 들어갔다. KB금융지주는 KB국민은행을 통해 KB생명보험의 당좌대출 신용공여 한도를 기존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렸다. 신용공여 한도 확대란 실제 대출이 집행된 것은 아니다. 자금 유동성을 해당 규모만큼 늘리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한도 확대 차원이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공급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상태이나, 아직 내부에서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며 "시장상황 등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들이 은행을 통해 유동성 공급에 나선 건 비은행 자회사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돼서다. 고객 예금을 유치할 수 없는 여전사에 대한 지원 비중이 큰 데 이는 여전사가 유동성 위기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는 평가롤 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이후 기타 금융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마이너스 2조3018억원이다. 기타 금융채 대부분은 카드, 캐피탈 등 여전사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5935억원 증가했다.

순발행액 감소는 자금시장 경색으로 이들이 발행하는 채권 금리가 10월 이후 5% 중반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장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무리하게 채권 발행에 나설 경우 레고랜드, 흥국생명 사태와 같은 발작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이들의 조달 행위를 위축시켰다.

이에 정부는 지난 10월 은행계 금융지주의 경우 지주사 내에서 계열사 유동성 지원에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또 지난 28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금융지주 자회사 간 신용공여 한도를 10%포인트(p) 완화한다는 조치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금융지주들은 이 같은 유동성 수혈 방안에 부담이 있다고 토로한다. 금융지주에서 계획하더라도 자금 집행은 계열사인 은행에서 실행되는 만큼 두 회사 이사회에서 안건이 부의되고 가결돼야만 유동성이 공급될 수 있어 절차상 복잡함이 있다.

또한 금융지주 자회사 간 신용공여 한도 제한은 내부거래를 막기 위해 마련된 규제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 내부에서는 관련 대출은 성과로서 잡히지 않는데, 이는 은행이 그만큼의 재원에 대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아울러 대출은 돈을 빌리는 계열사가 보유 채권과 같은 담보를 바탕으로 실행되기에 금리는 보유 채권 금리에 가산되는 형태로 매겨진다. 금리 매력도가 다른 은행에서 빌리거나 자체 조달하는 것보다 떨어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조달에 돈이 더 드는 조치이기에 반길만한 정책은 아니지만 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지주가 팔을 걷고 나선 격"이라면서 "은행계 카드사나 캐피탈사들은 은행 신용도를 일정부분 공유하기에 같은 업권 내에서도 유동성 리스크가 덜한 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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