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 한우농가, 수입압박·구제역까지…엎친 데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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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룟값 상승 판매가 하락 영향
도내 한우농가 5년 새 17% 감소
미 수입제한 철폐 요구 등 악재
현실적 지원·유통구조 개선 시급
▲ 18일 춘천의 한 한우농가에 방역상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최근 전라남도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며 지방자치단체들이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정호
사룟값 상승과 솟값 하락으로 안 그래도 어려운 한우 농가에 미국산 소고기 수입 압박, 구제역 발생이라는 악재가 겹쳤다. 강원 지역에선 최근 5년 사이 한우농가 17%가 줄었다.

18일 강원도의 시·군 조사결과, 강원도 내 한우 농가는 5년 전인 2020년 7390농가에서 지난해 6122농가로 약 17%(1268농가) 줄었다. 같은 기간 한우 사육 두수도 24만118마리에서 23만7981마리로 감소했다.

축산업 종사자들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폐업을 선택하고 있다. 40여년 축산업에 종사한 김모(삼척) 씨는 올 추석 출하를 마지막으로 우사를 처분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두수를 줄인 김 모씨는 이제 한우 8마리를 갖고 있다. 김 씨는 "8년 전만 해도 한 마리에 1000만원을 받았는데, 요즘은 잘 받아도 800만 원 수준"이라며 "사룟값은 계속 오르는데 남는 게 없다"고 전했다.

통계청 2023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에 따르면, 한우 비육우에 드는 사육비는 1021만원, 총수입은 878만원이다. 마리당 142만원 적자를 보는 셈이다.

농민들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 압박까지 맞닥뜨렸다. 미국 소고기 업계는 최근 미국 행정부에 한국의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조치 철폐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은 광우병에 대한 우려로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30개월 이상 소고기까지 국내에 들어오면, 한우는 물론 육우 가격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경영주 권 모(삼척)씨는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이 현실화된다면, 국내 한우 농가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며 "정부가 한우 산업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설상가상으로 소 구제역이 터지면서 경영주들의 근심이 짙다. 지난 13일 전남 영암에서 발생한 소 구제역은 최근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18일 기준 5건이 됐다. 강원도는 당초보다 2주 가량 앞당겨 소, 돼지 등 90만 마리를 대상으로 지난 14일부터 구제역 백신 접종에 나선 상태다. 정부가 대출 지원에 나서지만 농가에선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도는 사료 구매비용을 저금리(1.8%)로 대출해주는 사업에 355억원(국비)을 투입한다고 18일 밝혔다. 또, 올해 만기 예정인 농업인 융자금에 대해선 1년 간 상환을 유예하기로 했다.

권모 씨는 "대출 지원은 미봉책"이라며 "이와 함께 높은 유통비 문제 해결, 한우 고급화 전략 등 여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설화·심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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