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폭탄에 화물운임 뚝…항공·해운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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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3.10. 오전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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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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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해상 운임비 동반 추락

글로벌 물동량 감소 전망에
해상운임 올들어 42% 급락

대한항공 "신규 수출처 발굴"
HMM, 벌크선 대폭 확대키로

수출기업은 물류비 부담 덜어
화물 운임이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컨테이너 해상 운임(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은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고, 항공 운임(BAI00·발틱항공운임지수)은 올 들어서만 20% 떨어졌다. 관세를 앞세운 미국의 전방위 통상 압박으로 글로벌 물동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국내 수출 기업들은 물류비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항공·해운업체들은 관세전쟁이 일단락될 때까지 ‘보릿고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9일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SSE)에 따르면 SCFI는 지난 7일 기준 1436.3으로 올 들어 42.7% 떨어졌다. 지난해 고점이던 7월 첫째 주(3733.8)와 비교하면 61.5% 낮은 수치다. SCFI가 1500 밑으로 떨어진 건 2023년 12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SCFI는 전 세계 15개 노선의 운임(20피트 컨테이너 기준)을 보여주는 지수다.

항공 화물도 마찬가지다. 홍콩 TAC인덱스에 따르면 BAI00은 3일 2034.0으로 지난해 12월(2602.0)보다 21.8% 하락했다. 항공 화물 운임은 통상 해운 운임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화물 운임 추락을 부른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다. 수입품 가격이 관세만큼 오르는 만큼 자국산 수요가 늘어난다. 이는 물동량 감소로 이어진다. 중국 유럽 멕시코 캐나다 등도 보복 관세를 예고한 만큼 물동량 감소는 전방위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선 미국이 지난달 4일 중국 수입품에 10% 관세를 매긴 데 이어 이달 4일부터 추가로 10%를 부과한 게 운임 하락의 결정타가 됐다고 본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기 전에 쏟아진 ‘밀어내기 물량’이 사라진 것도 운임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향후 운임이 떨어질지, 오를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도 기업들로선 당혹스러운 대목”이라며 “미국이 중국 선박에 물리는 입항 수수료 규모와 최종 관세율 및 시행 시점 등에 따라 운임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국내 항공사와 해운사엔 빨간불이 켜졌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화물 매출은 4조4000억원으로 전체 매출(16조원)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화주들과 함께 신규 수출처를 발굴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물동량이 줄어든 지역은 화물 노선을 덜 운영하고 일부 노선은 화물판매 단가를 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매출의 85%가 컨테이너선에서 나오는 HMM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해 현재 36척인 벌크선 보유량을 2030년까지 110척으로 늘리기로 했다. SK해운의 벌크선 사업부 인수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로 원자재 운반에 투입되는 벌크선은 컨테이너선에 비해 장기 운송 비중이 높아 시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편이다.

지난해 화물 운임 폭등에 골머리를 앓던 국내 수출 기업은 한숨 돌리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3분기 전년 동기보다 1조원 많은 2조1481억원을 물류비로 썼다. LG전자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난 주요 이유로 물류비를 꼽았다. 산업계 관계자는 “화물 운임이 떨어지는 건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 이유가 관세 폭탄에 따른 글로벌 물동량 감소란 점에서 마냥 좋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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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에서 자동차·항공·해운 소식을 전합니다. 그동안 부동산시장·국토부·경찰청·국회·대통령실 등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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