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돌풍의 주인공은 'MZ세대 영웅'으로 떠오른 하버드대 출신 피타 림짜른랏(42) 전진당 대표다. 그는 '왕실 모독죄 폐지' '군부 권한 축소' '징병제 폐지' 등의 개혁적인 공약을 내세워 젊은 세대의 표심을 공략했다. 그간 여론조사와 선거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에선 프아타이당이 1위를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실제 선거에선 전진당이 예상을 뛰어넘는 파란을 일으켰다.
피타 대표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태국이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며 "여러분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나는 여러분의 총리가 될 것이고, 나를 지지했든 지지하지 않았든 여러분을 섬길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위는 지난 2006년 군사 쿠데타로 실각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지지 세력인 프아타이당이 차지했다. 2001년 이후 프아타이당이 선거에서 1당 자리를 뺏긴 것은 처음이다. 패통탄은 '최저임금 인상' 등을 내세우고, 지난 1일 출산 후 이틀 만에 선거운동에 다시 나서는 등 막판까지 유권자에 호소했지만 제1야당 수성엔 실패했다.
반면 친군부 정당의 성적은 초라하다.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의 팔랑쁘라차랏당(PPRP)은 40석, 현 쁘라윳 총리의 RTSC는 36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양당 합쳐 80석이 채 되지 않는다. RTSC가 PPRP서 떨어져 나와 2021년 창당된 신생정당이란 점을 감안해도, PPRP가 116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큰 패배다.
2014년 쿠데타 이후 두 번째로 치러진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75.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 양극화를 키우고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실패한 현 정권을 심판하고자 하는 민심이 반영됐단 해석이 나온다. CNN은 "태국 유권자들은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총리에 놀라운 타격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전진당의 연립정부 구성이 매우 중요해졌다. 피타 대표가 일찌감치 친군부 정당과는 연정을 구성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중도 품차이타이당 외 군소정당들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태국에선 1932년 입헌군주제 도입 이후 군부 쿠데타가 20여 차례 일어난 만큼 군부가 '정당 해산' 등의 강수를 둘 가능성 역시 있다. 태국에선 지난 2020년 신미래당이 해산되는 등, 주요 야당들이 여러 번 해체된 바 있다.
태국 총선 공식 개표 결과는 60일 안에 나오며, 총리는 7~8월께 선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