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5000만원 넘을 땐 20% 세금
“주식시장 침체, 기업 재정 악영향”
5000만원이 넘는 주식 투자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두고 세제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여야는 금투세를 놓고 ‘강대강’ 대치를 벌이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최근 금융시장 거래 규모가 줄어드는 만큼 금투세 도입을 유예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투세 도입 여부를 두고 여야가 격돌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투세는 5000만원이 넘는 국내 상장주식 투자 소득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금융업계는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국내 주식의 매력도가 떨어져 해외 주식 시장으로 투자가 집중되는 ‘투자자 엑소더스’가 가속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보유액은 2019년 약 144억달러(19조원)에서 지난 3분기 594억달러(78조원)로 껑충 뛰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은 미국주식이었다.
현재 국내 투자자가 미국을 포함한 해외주식에 투자할 경우 연간 250만원까지 기본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를 넘는 차익에 대해선 22%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그럼에도 국내 주식에 비해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해외주식 열풍이 이어지는 추세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투세 시행으로 국내 주식 시장이 침체되면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덩달아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주식으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 원화 대비 달러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금투세로 인한 세수 실익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여야가 2020년 금투세 도입에 합의하며 현재 부과되고 있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기로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금투세 도입 시 과세 대상자를 15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주식 거래 관련 과세 대상은 1만5000명인데 그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기재부는 금투세로 인한 세부담을 연간 1조5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다만 매달 수천억원에 달하는 증권거래세가 사라질 경우 금투세로 인한 세수 변동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거래세 폐지가 ‘초단타 매매’를 유발해 투자자에 피해를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 조세 전문가는 금투세와 관련해 “주식을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만든 법 같다”고 비판했다.
금투세 시행을 미루려면 세법 개정이 필요한데, 이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금투세 과세 시스템을 아직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금투세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이어지면서 주식 보유나 매도 계획을 짜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금투세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경우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