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도심 집회를 과도하게 제한한 경찰의 직무집행은 위법하며, 이에 항의하다 경찰을 때려 체포된 집회 참가자에게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1단독 서영효 부장판사는 국민혁명당(자유통일당 전신) 당원 A씨가 국가와 경찰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정부는 A씨에게 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8월14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 주최 ‘1000만 걷기 운동’에 참가했다. 참가자들이 2m 간격을 두고 서울 도심을 순회하는 이 대회를 경찰은 불법 집회로 보고 광화문 일대 통행로에 차벽과 안전 펜스 등을 설치해 막았다.
A씨는 펜스를 뛰어넘어 안쪽으로 이동하려다 퇴거 요청을 받자 경찰관을 폭행하고 철제 펜스를 집어던지려 했다. A씨를 제지하던 경찰관 정강이에 철제 펜스가 부딪히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공무집행방해죄로 A씨를 현행범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A씨는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피해를 봤다며 정부와 서울경찰청장, 기동단장, 현장 경찰관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경찰력 행사는 적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에 대한 현행범 체포는 명백히 위법하다”고 전제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것이라 해도 경찰이 광범위한 구역 내 집회를 전면 금지한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1인 걷기대회나 A씨의 통행 자체를 경찰이 원천 금지할 법적 근거도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가 불법 체포된 뒤 수사 및 형사재판 과정에서 겪고 감내했어야 할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해야 한다”며 위자료 액수를 700만원으로 정했다. A씨가 3일간 불법 구금된 점, 북한 이탈주민으로서 감시·통제에 강력히 항의하다 사고가 발생한 점, A씨가 경찰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불법체포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우리 국민에 대한 보호의무를 스스로 저버렸다”며 A씨의 소송 비용은 모두 정부가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경찰관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경찰로서는 A씨가 공무수행을 방해한다고 인식했을 수 있고, A씨로선 정부에 대한 배상 청구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A씨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형사 재판에도 넘겨졌지만 지난해 1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형사 사건 재판부 역시 경찰이 A씨를 막아선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