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2조원대 해외 교환사채를 발행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메모리 재고가 늘고 가격이 하락하는 등 ‘반도체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자금 조달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17억 달러(2조2377억원)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를 발행해 원재료 구매 등 올해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4일 공시했다. 전날 SK하이닉스는 교환사채 발행 규모를 1조9745억원으로 공시했으나, 이사회 결의 후 투자자 모집을 통해 발행조건을 확정했다고 이날 정정했다.
교환 대상은 SK하이닉스 자기주식 2012만6911주로, 총 발행주식의 2.8% 규모다. 교환 가액은 전날 SK하이닉스 종가 8만7200원의 127.5%인 11만1180원이다. 사채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연 1.75%, 만기일은 2030년 4월11일이다. 다만 회사의 조기 상환권(콜옵션)과 사채권자의 조기 상환권(풋옵션)이 있어 만기 전에 조기 상환도 가능하다. 교환사채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다.
교환사채는 투자자가 보유한 채권을 일정 기간 후 발행사가 보유한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 사채다. 주식 교환을 통한 차익을 감안하기 때문에 금리도 낮다.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유상 증자’와 달리 지분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없어 주주 친화적인 방식으로도 평가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저금리 등 좋은 조건에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수조원대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도 SK하이닉스는 1조7012억원의 적자를 냈고, 삼성전자 DS 부문은 영업이익이 2700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차입하겠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반도체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