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제2 채안펀드’ 조성 논의… “배임 소지” 부정 기류

입력
기사원문
임송수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1兆 이상 분담 중소형사 지원 구상
대형사도 재정 어렵고 효과 미지수
금융당국, 시장 안정화 속도전 돌입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형 증권사를 지원하는 1조원 규모의 ‘자구 펀드’ 조성 논의에 나섰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의 입김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논의는 시작했지만 배임, 시장 왜곡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펀드가 조성되더라도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내 9개 증권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참석한 가운데 ‘금투업권 자구 펀드(가칭)’ 조성이 논의됐다. 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대형 증권사들이 중소형사를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금융당국은 채권안정펀드(채안펀드)가 실제 효과를 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업계의 자구책이라는 모양새를 취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구상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9개 대형 증권사들이 각사별로 일정 금액을 각출해 1조원 이상을 조성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를 통해 중소형사들이 신용 보강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선 구체적인 방식이나 금액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대형사들은 자구 펀드 조성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형사가 중소형사보다 자기자본이 많긴 하지만 채권 운용 손실, 수수료 수익 감소 등으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중소형사의 리스크를 이런 방식으로 떠안는 것은 배임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형사 관계자 A씨는 “배임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현 상황은 가래로 막을 수도 없고, 시장 안정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펀드 조성이 되더라도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대형사들이 우량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수개월이 소요될 경우 급한 불을 끄자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대형사 관계자 B씨는 “지금은 앞뒤 보지 말고 쏟아부어야 하고 잘잘못은 나중에 가려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업계와 당국이 모두 이를 알고 있지만 누구도 책임을 지고 싶어하지 않는 상황이기에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소형사의 위기가 업계 전반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는 만큼 지원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 관계자 C씨는 “생존 게임에 들어선 상황에서 코앞의 손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큰 그림에서 돈이 돌아야 다른 채권들도 살 수 있지 않느냐”며 “상생할 방법을 찾을 때”라고 말했다.

당국은 시장 안정화를 위한 속도전에 돌입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자금난에 처한 증권사에 3조원의 추가 유동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했다. 개시 첫날에만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도 당국의 요청에 따라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하고 채안펀드 캐피털콜에도 신속히 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