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한파에 스팩도 인기 시들...상장 줄줄이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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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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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금리 4~5% 시대 투자 매력도 ‘뚝’
스팩 상장 건수는 역대 최고...올해 41곳


코스피가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기조에 반응해 2,360대로 내려앉았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사진제공=연합뉴스]
기업공개(IPO) 시장 한파에 일반 기업에 이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에서도 상장을 철회한 사례가 나왔다. 통상 스팩 상장은 직접 상장이 어려운 경우 우회 상장의 통로로 활용돼왔기에 스팩 상장마저 철회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13일과 14일 나란히 상장 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미래에셋비전스팩2호와 유안타스팩12호가 전날(14일) 상장 철회 의사를 밝혔다.

두 회사는 모두 12~13일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발행 조건을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상장을 중단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에게 주식을 배정하지 않은 상태이며, 일반투자자에게도 청약 실시 이전으로 투자자 보호상 문제는 없다.

두 회사는 상장철회 신고서에 “최근 공모 시장의 제반 여건을 포함, 투자자 보호사항 등을 고려해 이번 공모를 나중으로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 들어 스팩이 상장 의사를 거둔 건 미래에셋드림스팩 1호와 유안타스팩11호에 이어 네 번째다. 증시 침체로 직상장을 추진하던 일반 기업들이 IPO를 철회하는 상황에서 스팩도 흥행에 연이어 실패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7일 동시에 일반 청약을 실시했던 NH스팩27호와 IBKS스팩21호의 청약 경쟁률은 각각 0.58 대 1, 0.95 대 1로 집계돼 청약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스팩의 일반 청약 경쟁률이 1 대 1을 밑돈 건 2020년 12월 유안타 7호 스팩 이후 약 2년 만이다.

스팩은 비상장 우량기업을 발굴해 인수합병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 컴퍼니를 지칭한다. 공모를 통해 액면가로 신주를 발행해 투자 자금을 모아 상장한 후 3년 이내 비상장 우량 기업을 합병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스팩이 상장할 때 공모에 참여해 주식을 받아 이를 차익실현하거나 이후 스팩이 기업과 합병해 가치를 올릴 때 매각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스팩 상장은 일반 기업이 직접 증시에 상장하는 거보다 절차가 간소해 우회 상장 통로로 활용돼왔다. 올 들어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한 스팩은 41곳으로 지난해 스팩 상장 수(24곳)의 약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 2019년 30곳의 스팩 상장한 이뤄진 이래로 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오는 16일 IBKS스팩21호, NH스팩27호가 증시에 나란히 입성하며, 비엔케이스팩1호(12월22일), 신영스팩9호(12월27일)도 상장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 환경과 증시 침체로 일반 기업의 IPO가 철회되면서 그 여파가 스팩에도 미치는 모습이다. 스팩의 예치 이자율은 2% 안팎에 불가하지만 은행 예금 금리가 4~5%로 훌쩍 뛰어 투자 메리트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또 3년 안에 합병할 기업을 찾지 못해 상장 폐지된다고 해도 원금은 받을 수 있지만, 금리 인상기에 3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유인동기가 떨어지는 요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팩이 상장을 철회하는 일은 이례적”이라며 “내년 경기 침체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증시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IPO 시장의 침체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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