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불황 틈탄
일시적인 역전이지만
사업재편 등 체질개선 효과
주가도 올해 10%넘게 올라
일본 소니그룹이 24년 만에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따라잡았다. 14년 전만 해도 일본 대형 전자업체 9곳을 합친 영업이익이 삼성전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작년 소니의 선전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3조원가량 앞선 것으로 추정됐다.
매출도 2022년 삼성전자(302조원)와 소니(11조5398억엔)의 격차가 세 배 가까이 벌어졌지만 지난해 각각 262조원과 12조엔으로 두 배가량 좁혀졌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시장 부진의 여파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일시적으로 꺾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이 어느 정도 회복하면서 다시 소니를 따라잡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하지만 한국 최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2000년대 들어 처음 일본 대표 전자기업에 뒤졌다는 사실이 주는 의미는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일시적인 부진에서만 역전의 이유를 찾을 게 아니라 소니 등 일본 전자기업의 절치부심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09년만 해도 소니·파나소닉·히타치 등 일본 대형 전자업체 9곳을 합친 영업이익은 삼성전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소니는 2008년과 2011년 각각 2278억엔, 673억엔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후 2013년 265억엔에 불과하던 영업익이 10년 새 50배 가까이 늘었다. 매출도 2022년 11조5398억엔으로 처음 10조엔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조4000억엔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세계화, 사업 재편, 디지털 대전환(DX), 기업 인수합병(M&A)을 소니와 히타치의 부활 비결로 꼽는다. 과감한 사업 재편으로 비대한 몸집을 슬림화하고, 적극적인 M&A로 정보기술(IT) 경쟁력과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는 것이다. 소니그룹은 2012년 매출의 68%를 차지하면서도 이익을 내지 못하던 전자 사업 비중을 지난해 34%까지 줄였다. 그사이 알짜사업으로 뜬 엔터테인먼트 사업 비중을 17%에서 51%로 늘렸다. 노나카 이쿠지로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는 “리스크를 과잉 관리한 나머지 현상 분석을 중시하던 기존 일본 기업의 경영에서 벗어나 조직의 의식을 철저히 바꾼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실적 성장세로 일본 도쿄증시에서 소니 주가는 올 들어 30일까지 10.58%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닛케이225지수 상승률(8.34%)을 웃도는 수준이다. 히타치 주가 역시 올 들어 30일까지 11.5%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