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유행 시작됐는데 접종률은 바닥…"사망자 규모 커질까 우려"

입력
기사원문
김병규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백신 피로감'에 접종 한달 지났어도 고령층 10명 중 1명만 접종
전문가 "사망 하루 200명 가능성도…인센티브·페널티 있어야"


개량 백신으로 코로나19 변이 대응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할 수 있는 코로나19 개량 백신 접종이 시작된 11일 광주 북구 한 내과에서 개량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2022.10.11 iny@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코로나19 겨울 재유행이 본격화하면서 정부가 동절기 추가접종 대상을 전체 성인으로 확대했지만 접종률이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접종률이 올라가지 않을 경우 고령층을 중심으로 사망자 수가 지난 여름 재유행 때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면서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줘서라도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식의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량백신 추가접종 시작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7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 2가 백신(개량백신) 유효기간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2.11.7 dwise@yna.co.kr


고령층 10명 중 1명만 접종…요양병원은 고령층 평균보다도 낮아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11일 0시 기준으로 동절기 추가접종의 접종률은 60세 이상에서 해당 연령대 인구 대비 9.6%, 대상자 대비 10.8%에 그쳤다. 여기서 '대상자'는 마지막 접종일로부터 120일이 지난 사람이다.

동절기 추가접종은 지난달 11일 시작했으니 한달이 됐는데도 이제 막 두 자릿수가 된 것이다.

지난 7일부터 본격적으로 동절기 추가접종 대상에 포함된 18∼59세의 접종률은 인구 대비 0.3%, 대상자 대비 0.4%에 그친다.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의 접종률이 특히 낮다.

11월 1주의 경우 사망자의 25.7%가 요양병원·시설에서 나왔다. 여기에 정신건강증진시설 등이 포함된 감염취약시설에서 접종을 마친 사람은 7.7%에 그쳤다.

직전 접종인 4차 접종 당시에는 접종 개시부터 30일 후 감염취약시설의 접종률이 27.1%였는데, 이보다 3~4분의 1 수준으로 낮다.

방역당국은 모더나와 화이자의 BA.1 변이 기반 2가 백신 접종을 실시 중이고, 14일부터는 현재 국내 우세종인 BA.4/5를 기반으로 개발한 화이자 2가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모더나·화이자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접종이 불가능하거나 원하지 않는 사람은 노바백스, 스카이코비원 등 유전자재조합 백신으로 추가접종을 할 수도 있다.

대면 면회 첫날…애틋한 가족
(서울=연합뉴스) 감염취약시설의 대면 접촉 면회가 다시 가능해진 4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가은병원에서 한 입소자와 가족이 대면 접촉 면회를 하고 있다. 2022.10.4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반복되는 접종에 백신 피로감…"이미 감염돼 필요 못 느껴" 백신 접종률이 이처럼 낮은 것은 반복되는 백신 접종에 피로감이 누적된데다, 감염된 적 있다는 이유로 접종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례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접종 부작용 우려, 백신의 예방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여전한데다 백신패스처럼 접종을 적극적으로 유인할 정책이 없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그동안 4차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던 80대 A씨의 경우 동절기 추가접종을 받을지 망설이고 있다.

A씨는 "접종을 할 때마다 부작용 걱정에 맘고생을 했는데 또 맞아야 하는지 회의감이 든다"며 "일상회복이 돼 거리에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백신을 맞는다고 자녀들을 걱정시키는 게 유난스럽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고혈압이 있는 50대 B씨 역시 동절기 추가접종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그는 "봄에 감염된 적 있는데 이번 겨울까지는 괜찮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며 "백신패스 같은 정책이 없어서 백신을 맞지 않아도 딱히 생활에 지장이 없는 것도 망설이게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두 사람처럼 접종을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고령자나 기저질환자의 경우 추가 접종을 꼭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 감염 자체를 막는 효과도 있지만, 혹시나 감염됐을 경우 위중증이나 사망으로 이행되는 위험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감염·백신접종 후 시간 경과로) 과거와 달리 전파력이 높은 상황"이라며 "고위험군은 모두 (동절기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위험군의 접종이 꼭 필요한 것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치명률이 높기 때문"이라며 "고위험군 개개인이 면역을 만들어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11일 오전 마포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시민을 안내하고 있다. 2022.11.11 dwise@yna.co.kr


정부 "홍보-편의성 강화"…전문가 "사망자 급증 우려" 정부는 접종률 제고를 위해 홍보와 편의성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독려'만으로 접종률이 올라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방대본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사전예약이나 당일접종 예약 없이도 의료기관에서 현장접종이 가능하도록 편의성을 높이고 관계부처, 유관기관과 협조해 지속적으로 독려와 홍보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망자가 많지만 접종률은 낮은 감염취약시설에 대해서는 이제서야 시설별 접종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겠다고도 했다. 또 방문접종팀을 적극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범정부적으로 접종률 제고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고령층이나 감염취약시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접종 유인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재유행으로 하루 20만명까지 확진자가 폭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상황에서 접종률이 계속 낮을 경우 사망자 규모가 여름 재유행때보다 커질 수 있을 것으로도 우려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겨울 유행 규모가 여름과 비슷할것이라고 하는데, 고령층과 취약시설의 접종률이 낮아서 지금처럼 가면 겨울 유행에서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며 "정점에서는 사망자가 하루 150명에서 200명까지 나올 우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엄 교수는 "백신접종이 유행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인데, 백신접종에 대해 피부로 느끼는 필요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매일 40~50명이 사망하고 있는데, 지금 규모로만 해도 한달 사망자는 1천500명이나 된다. 총리실이나 대통령실까지 범부처적으로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 접종 때와 달리 동절기 추가접종에서는 정부 고위급 인사들의 공개적인 백신 접종이 극히 드문 상황이다. 방역 당국의 수장인 백경란 질병청장은 14일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엄 교수는 "지금이라도 고령층과 취약시설의 접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주는 한이 있더라도 드라이브를 세게 걸어야 한다"면서 "요양병원(시설)의 경우 대면 면회를 중단하든가 접종을 안하면 계신 분들(환자 등)이나 찾아오는 분들(면회자)이 면회를 못 하게 하든가 해야 한다"고 강한 대책을 주문했다.



bkkim@yna.co.kr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