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악해야 먹고산다”… 퇴사하는 MZ세대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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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3.06. 오후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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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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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한모씨는 ‘이직자’다. 지난 2018년 외국계 회사에서 한 완성차 업체로 옮겼다. 연봉 차이는 약 500만원에 불과했는데도 이직했다. 가장 큰 이유는 ‘불안’이었다. 한씨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자녀를 대학에 보낼 때까지 예전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생각했고,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중견 제약회사에 다니는 이모(27)씨에게 이직은 ‘생존의 문제’다. 입사 3년차에 옮긴다는 시간표를 만들어뒀다. 이씨는 퇴근 후에 SQL, 쿼리 등 데이터 처리기술을 따로 배우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창업으로 부수입 창출도 시도한다. 그는 “부유한 삶이 아닌 평범한 삶을 목표로 한다. 평범하게 살려고 해도 발악해야 겨우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직의 시대다. 이직의 행렬에서 MZ세대는 큰 흐름을 형성 중이다. 이들을 이직 대열로 내모는 건 불확실한 미래다. 생존을 위해 ‘언제든 이직’을 선택하고 있다. 흐름은 숫자로 드러난다. 5일 현대자동차, 카카오, SK텔레콤, 엔씨소프트, 현대모비스, LG화학, 포스코에서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7개 대기업의 2021년 자발적 이직자(해고‧정년퇴직 제외)는 2226명으로 2020년 1383명보다 843명이나 늘었다. 카카오, 엔씨소프트, 현대모비스의 경우 2021년 자발적 이직자가 전년 대비 각각 93.0%, 89.8%, 75.9% 증가해 7개 기업 중 이직자 증가폭 1~3위를 차지했다. 자발적 이직자 숫자를 밝히지 않은 삼성전자, 네이버, 삼성SDI에서도 이직률은 오르고 있다. 국내 법인 기준으로 삼성SDI 이직률은 2020년 1.8%에서 2021년 2.9%로, 삼성전자는 2.1%에서 2.4%로 높아졌다. 네이버는 3.7%에서 4.4%로 올랐다.



이직의 이유는 뭘까. 사람인이 지난 1월에 직장인 1471명을 대상으로 설문했더니 연봉 불만족(52.4%, 복수 응답), 낮은 수준의 근무 환경(43.2%), 회사의 발전 가능성 부족(41.1%) 등을 이유로 꼽았다. 유명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김모(24)씨는 원활한 생애주기 이행을 위해 이직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혼, 출산, 육아 등을 하는 시기엔 ‘일과 여가 균형’이 보장되는 회사로 옮겼다가 여유가 생기면 돈을 더 벌 수 있는 직장으로 옮기는 식이다. 김씨는 ”회사보다 내 생애주기 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이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4차 산업혁명, 경제·산업구조 전환, 코로나19 팬데믹 등이 여기에 불을 붙였다. 미래가 불안해지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직 바람이 거세다”고 진단했다.

MZ세대 이직 열풍은 ‘저임금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영준 한국은행 연구위원은 ”불황기에 취업하는 청년은 원하는 수준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게 된다. 이에 불만을 느낀 MZ세대가 계속 이직을 시도한다”면서 “청년층의 지나치게 활발한 이직은 기업의 인적자본 형성을 저해한다. 이는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다시 청년 고용환경을 악화하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필요한 이직을 막으려는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기업·조직의 성장이 구성원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경영자가 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구성원에게 이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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