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ME UP
공연계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여섯 명의 배우를 만났다.
무엇이든 시작해도 좋을 봄날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이들의 이야기.
editor 손정은 photographer 문겨레
윤재호
데뷔작 뮤지컬 <나빌레라> (2019)
현재작 뮤지컬 <난설>
처음 무대에 오른 날을 기억하나요.
서울예술단의 연수 단원이 되어 <나빌레라>로 데뷔했는데, 뒤에서 벌벌 떨었던 것이 기억나요. 큰 역할은 아니었지만, 그때의 떨림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선배들에게도 많은 응원을 받았고요. 그때 진선규 선배님께서 덕출 역을 연기하셨는데, 저를 밀치는 장면이 있거든요. 데뷔작이니 그런 사소한 장면도 잘 밀쳐지고 싶더라고요.(웃음)
기억에 남는 오디션이 있나요.
오디션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는데, 속에서는 마구 요동치고 있거든요. 단 한 번 긴장하지 않았던 적이 있는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라울 역 오디션입니다. 저는 정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오디션 또한 배움이라는 마음으로 갔거든요. 그래서 긴장을 덜하다 보니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펼치게 되더라고요. 그 덕분인지 최종까지 갔고, 마지막에 마음껏 하고 떨어진 게 생각납니다. 비록 떨어지긴 했지만 그 시간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뮤지컬 <난설>의 허균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가장 고민한 지점은 무엇인가요.
허균이 옥에 갇혀서 허초희와 이달의 이야기를 하면서 작품이 시작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왜 두 사람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는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허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가 중요해졌습니다. 그간의 이야기가 잘 쌓여 있어야 보시는 분들도, 연기를 하는 저도 더 몰입해서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살아생전에 셋의 끈끈한 유대감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시간을 통해 서로 지음(知音)이 되었는지 이유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윤재호 배우에게도 지음이 있을까요.
최대한 눈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순간순간에 집중하면서 사는 거죠.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을 더 소중히 여기려고요. 또, 누군가를 지음이라고 여기기 시작하면 오히려 관계에서 바라는 것이 생기고, 기대하게 될 것 같아요.
데뷔 후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나요.
최근에 했던 <난설> 공연에서 완전히 몰입된 상태를 오랜만에 느꼈어요. ‘내가 이것 때문에 무대에 서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원했던 그대로 표현된 날이었어요. 혼자만 캐릭터에 취하는 걸 경계하는 편인데, 그날은 정말 모든 것이 온전히 맞아 떨어져서 집중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공연장에 계신 스태프분들도 “오늘 공연 너무 좋더라.”고 말씀해 주셔서, 마음이 통했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 기뻤어요.
‘믿는 대로 눈앞에 펼쳐진다’는 말을 자주 곱씹는다는 얘기를 봤어요.
한때는 친구랑 그 말을 달고 살았어요.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늘 가슴 속에 새겼고요. 어쩌면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도 제가 믿는대로 되고 있는 과정인 것 같아요.
어떤 것에 대해 믿음인지 궁금해요.
말하면 사라져 버려서 안 됩니다. 생일 소원 같은 거죠.(웃음)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현재에 최선을다하려고 해요. 무언가를 계획하고 목표를 세우는 것도 좋겠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충분히 즐기고 살려고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도 성장하지 않을까요?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어요.
평소에 즐기는 취미가 있나요.
산책하는 걸 되게 좋아해요. 그러다 고양이를 보게 되면 더 행복하고요. 재미보다는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위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도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생각이 이어지니, 비우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리고 작은 개인 카페를 탐방하는 것도 좋아해요. 그런 곳에 가면 꼭 시그니처 커피를 먹어봐야 합니다. 작년까지는 10년쯤 후에 카페를 하나 차려서 한가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너무 재미 없죠?(웃음)
소소하게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좋은데요. 평소에 생각이 많은 편이라 그런가봐요.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24시간 내내 최선을 쏟아붓기보다는 우선 해야 할 것은 차근차근히 한 후, 쉴 때는 온전히 쉬는 거죠. 삶을 풍요롭게 사는 저의 방법이랄까요. 그래야 행복감도 느끼고, 성장도 할 수 있다고 느끼거든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1인극에 대한 꿈이 있어요. 특정한 배역이나 작품보다는, 혼자서 제 힘으로 무대를 채우는 극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1인극은 아니지만, 예전부터 뮤지컬 <헤드윅>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백암아트홀에서 박건형 선배님께서 하시는 걸 봤던 기억이 정말 강렬하게 남아있거든요. 이 작품을 하고 나면 뮤지컬에 대한 여한이 없을 것 같다며 말하고 다닐 정도였어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늘 애쓴다고 말한 걸 봤어요. 잘 이뤄가고 있나요?
잘해 나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늘 노력하고 있고요. 좋은 배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살다가 세상을 떠나고 싶어요. 웃으면서 죽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다들 쉽지 않다고 하지만, 유한한 삶이라면 그런 꿈을 꾸며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래서 현재의 삶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더욱 열심히 고민하게 되어요. 저만의 정원을 예쁘게 가꿔 나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만날 관객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많은 작품이 무대에 오르고 있지만 <난설>은 흔치 않은 작품이라고 확신해요. 작품을 통해 삶을 진지하게 들여다볼 수 있고,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게 마음의 소리를 들을 기회가 될 겁니다. 인스턴트가 아닌 잘 차려진 백반을 먹는 느낌이랄까요. 밥과 국, 반찬들을 하나하나 꼭꼭 씹어서 만끽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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