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셰셰’ 발언, 중국서 대서특필...“李, 尹에게 경고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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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3.27. 오전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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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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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중국의 포털 사이트 바이두의 인기 검색어에 오른 이재명의 '셰셰' 발언./바이두 캡처

중국 매체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2일 충남 당진에서 한 “왜 중국을 집적거리나”란 발언을 대대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25일 밤 시작된 관련 보도에서 ‘집적거린다’는 표현을 ‘자오러(招惹)’로 번역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약자가 강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때 쓰는 말이다.

25일 오후 관영 환구시보는 “이재명이 윤석열을 비난했다. 왜 중국을 집적거리나. 대만 문제가 한국과 무슨 관계가 있나”란 제목으로 이 대표의 발언을 상세히 소개했다. 상하이를 기반으로 하는 관찰자망과 펑파이 등도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대만해협 관련 언급 등을 비판했다며 “뭘 자꾸 집적거려서 더 망가뜨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26일 중국의 포털 사이트 바이두의 인기 검색어에 오른 이재명의 '왜 중국을 집적거리냐'는 발언이 중국에서 집중적으로 인용되고 있다./ 바이두

이 대표의 발언 관련 보도는 중국판 네이버인 바이두 메인 화면에도 게시됐다. 26일 오전 8시 기준으로 ‘이재명이 윤석열 비난: 왜 중국을 도발하느냐’가 인기 검색어 2위에 올랐고, 이날 오전 내내 20위권을 유지했다. 연관 검색어는 ‘윤석열에 대한 중국 외교부의 경고’ ‘윤석열의 대만 발언’이었다.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중국 외교부가 ‘불용치훼’, 즉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한 일을 재조명하는 내용이었다.

이 대표의 발언이 중국에서 화제가 되면서 소셜미디어에서 한국을 조롱하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웨이보에서는 ‘한국 정치인조차 중국에 대한 오만한 태도를 반성하고 있다’ ‘마침내 한국에서 정신이 멀쩡한 인물[明白人]이 나타났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중국 매체의 한 기자는 “이재명이 한국 정치에서 비중이 큰 인물이다 보니 중국에서 그의 발언이 한국 민심을 대표하는 발언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6월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해 인사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중국 관영 매체들의 보도 내용과 시점은 중국 당국이 정한 ‘보도 지침’에 따라 달라진다. 이 대표가 22일 한 발언을 중국 언론들이 사흘 지난 25일 밤부터 일제히 전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중국 당국의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매체들은 국내에서 논란이 된 “그냥 (중국에도) ‘셰셰(謝謝·고맙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란 발언은 전하지 않았다. 이 대표의 발언 중에서 중국을 높이는 부분만 보도하고, 중국과 대만을 동일선상에 두는 듯한 대목은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보도에서 환구시보는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미국 등 서방에 편향된 입장을 갖고 있다고 평가됐다”면서 “이재명이 중국에 대한 윤석열의 부적절한 언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외교 악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고 했다. 관찰자망은 한국의 한 여론조사를 인용해 “다음 달 치러지는 한국의 제22대 총선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지율 42.8%로 집권 국민의힘(37.1%)을 앞서고 있다”고도 했다.

중국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재명 띄우기’가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결속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현 정부를 견제하는 이 대표를 중국이 우군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더우인(중국판 틱톡)에 올라온 이 대표의 단식 관련 영상에는 “전 세계의 영웅” “이재명은 빛[明]”이란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중국의 한 지방 방송국은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하고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할 때까지를 담은 영상 24개를 올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6월에는 주한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를 만나 한미 동맹 외교와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공손히 듣는 모습을 보여 ‘이재명 책임론’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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