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최악 예고된 22대 국회[이현종의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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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21대 국회 끝까지 민생 외면

검수완박 시작해 방탄 특검만

22대는 정치 실종 아닌 붕괴

의정 활동보다 대표 눈치만 봐

김어준에 잘 보여야 공천받아

유권자의 위대한 결단에 기대


오는 5월 29일이면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제21대 국회가 막을 내리고 제22대 국회가 시작된다. 지난 2020년 4·15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해 180석을 휩쓸었다. 개헌과 대통령 탄핵을 빼놓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의석이었지만 중간에 정권이 교체되면서 야당이 돼버렸다. 이렇게 압도적 의석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권 연장에 실패한 사례는 드물다. 이때부터 거야(巨野)의 힘자랑이 계속되면서 국회는 되는 것이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갔다.

올해 들어 국회 14개 상임위원회 중 7개 상임위는 법안 쟁점을 조율하는 법안심사 소위조차 열리지 않았다. 법안 통과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시급한 민생 현안조차도 처리되지 못했다. 지난 4년간 역대 최다인 2만5759건의 의안이 발의됐지만, 이 중 9452건(36.6%)만 처리됐다. 국가적 어젠다인 저성장, 인구 감소, 지방 소멸 같은 핵심적 의제는 다뤄 본 적도 없다. 민주당이 야당이 되면서 시작된 ‘검수완박’ 입법에서부터 지난 2년간 기억에 남는 것은 오직 방탄, 특검법밖에 없다. ‘이모’ ‘한국3M’ 같은 수준 낮은 질문만 떠오른다.

그래도 22대는 21대보다 나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4·10 총선을 기다려 봤지만, 현재 상황으로 보면 ‘최최악’이 될 가능성이 거의 확정적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압승이 예견되는 22대 국회에 대한 기대를 접게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정치의 붕괴다. 실종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정치가 없어질 것 같다. 만약 이번에도 거야가 된다면 국회는 타협과 협상의 장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 타도의 무대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윤 정권 타도를 정체성으로 하는 조국혁신당이 선전한다면 한동훈 특검법, 윤 대통령 탄핵안 등을 내걸고 극한투쟁을 벌일 것이다. 비례 1번으로 의원직이 확정적인 박은정 후보는 제일 먼저 ‘윤석열 사퇴 촉구 결의안’을 내겠다고 한다. 여기에 민주당 내 강성 그룹과 진보당까지 합류하면 국회는 아수라장이 될 수밖에 없다. 6선을 노리는 추미애 후보가 이번에 당선돼 돌아오면 국회의장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래도 21대 김진표 의장과 박병석 전 의장 정도는 합리성을 보였지만, 강경파의 지지를 받은 추 후보가 의장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조차 어렵다. 윤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하는 것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

둘째, 헌법기관으로서의 의원 개개인은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민주당의 공천 과정을 보면 의정 활동이나 개인 인품, 지명도 등은 아무 소용이 없다. 박용진, 박광온, 전해철, 윤영찬 의원 등 그나마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의원들이 하위 10∼20% 평가를 받고 공천 탈락한 것을 보면 의정 활동은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 오직 이재명 대표에 대한 충성심만 있으면 막말을 하건, 부동산 투기를 하건 문제 되지 않는다. 양문석, 김준혁 후보 같은 이들이 국회에 들어오면 무엇을 할까. 대출 사기 의혹을 받는 양 후보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 법안을 입법할 것이라고 하고, 김 후보는 우리가 아는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 놓을 듯하다. 아마 21대 국회의 막말은 애교 정도가 될 것이다.

셋째, 민주당 의원들은 상임위·본회의나 국회 도서관보다 김어준 방송에 더 나가려 할 것이다. 지지층이 매일 듣는 김어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인증만 받으면 의정 활동 못 해도 다음 공천은 별문제가 없다. 지난 선거에서 전국 최다 득표권에 들어갔던 광주 지역 8명의 의원 중 ‘위장 탈당’을 했던 민형배 의원만 제외하고 모두 공천 탈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국 최다 득표를 한들, ‘백봉 신사상’을 매년 받아 본들 ‘개딸’과 김어준에게 찍히면 끝이다. 정치의 주체가 국회의원이 아니라 강성 지지층과 유튜버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정치가(statesman)는 없어지고 정치꾼만 득실거리는 제22대 국회에 무슨 기대를 걸 수 있을까. 피고인·피의자가 정치가인 척하는 위선의 극치를 보게 될 듯하다. 정치를 못 해도 국회를 비난할 수 없다. 국민이 선택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젠 국민의 집단지성과 균형 감각에 기댈 수밖에 없다. 언제나 국민은 위대한 결단을 내려줬다.

이현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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