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7%·순이익 66.7% 줄어
D램·낸드 제품 수요 부진 탓
SK, 내년 투자 규모 절반 감축
저수익군 감산 등 ‘비상경영’
SK하이닉스가 세계적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올해 3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이에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50% 이상 줄이는 것은 물론, 비인기 제품 위주로 감산까지 나서기로 하는 등 비상경영에 들어간다.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으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조65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3%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6일 공시했다. 매출은 10조98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순이익은 1조1027억원으로 66.7%나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15%, 순이익률도 10%에 머물렀다.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린 2분기(13조8110억원)와 비교하면 매출은 20.5% 줄고, 영업이익은 60.5% 증발했다. 3분기 실적은 당초 시장의 대체적 전망치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27일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의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은 6조원 정도로 증권가에선 추정한다. 이는 1년 전보다 40% 이상 떨어진 수준이다.
세계 물가 상승 장기화와 각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D램과 낸드 제품 수요가 부진해 판매량과 가격이 하락, 전 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회사 측은 최신 공정인 10나노 4세대 D램(1a)과 176단 4D 낸드플래시의 메모리 판매 비중 및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높여 원가 경쟁력을 개선했지만, 가격 하락폭이 커 이익도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 메모리 주요 공급처인 PC나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출하량도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돼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시황 악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내년 2분기는 지나야 업황이 나아질 수 있다고 본다.
SK하이닉스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액 대비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기로 결정했다. 특히 앞으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메모리 업계의 감산 기조에 동참해 공급을 조절하겠다는 판단이다.
업계는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는 메모리 수요는 단기적으로 감소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성장세를 탈 것으로 기대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새로운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대형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이 분야 투자를 지속하기 때문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실적 보고회에서 “2008∼2009년 금융위기 수준에 버금가는 투자 축소가 될 것”이라며 “올해 말 업계 재고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산 증가를 위한 웨이퍼 캐파(생산능력) 투자를 최소화하고 공정 전환 투자도 일부 지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