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각한 부실 여론조사 폐해, 선관위 책임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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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부실 여론조사기관 30곳의 등록을 취소키로 했다. 지난해 7월 등록유지 조건을 강화했고, 시행유예 기간이 끝나면서 자격미달 기관을 정리한 결과다. 여심위에 등록된 88개 기관 중 등록 취소 업체가 34%에 달하는 점은 충격이다. 심지어 이들 중 20곳은 최근 3년 동안 선거 여론조사 실적이 전혀 없었다. 선관위가 평소 손을 놓고 있다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학계 등 곳곳에서 문제를 제기하니 형식적이나마 관리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게다가 정치적 의도를 숨긴 채 수상한 결과를 공표하는 미등록 업체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실 조사가 불러올 여론 왜곡과 정치적 혼란을 고려한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선거 여론조사기관 등록제가 시행된 것은 2017년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100개에 달하는 여론조사기관이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해 신뢰할 수 없는 조사 결과를 쏟아냈다. 이렇게 ‘떴다방’ 식으로 등장한 전문성 없는 기관들 때문에 여론조사 무용론과 불신론이 극에 달했다. 결국 선관위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확성과 신뢰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신고제였던 조사기관 운영을 등록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부실 여론조사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20대 대선에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선거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면서 부정선거 의혹까지 나왔다.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고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지표가 돼야 할 여론조사가 도리어 혼란을 부르는 계기가 된 것이다.

다가오는 총선에서는 이런 논란은 없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선관위의 책임이 막중하다. 여심위가 30곳을 정리했지만 여론조사 시장은 여전히 기관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난립 상태다. 영세 업체가 원가를 낮추기 위해 저렴한 조사방식을 스스럼없이 쓰는 게 일상화 됐다. 그런만큼 관리감독이 절실하다. 질문 방식과 설문지 작성에 문제가 없는지, 조사·분석 전문인력을 제대로 확보했는지 지속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특히 정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표본을 편향되게 구성하고, 답을 유도하는 질문을 하는 경우는 없는지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여심위에 등록하지 않은 미등록 업체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주요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다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정치적 사안을 편향되게 조사해 무분별하게 공표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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