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지구를 구하라…우리는 탄소'만' 잡는다 [Cov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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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8.10. 오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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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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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재래식 연료 선박 4만대 중
2만대에 MAN ES 대형 엔진 장착
HD현대중공업·포스코 등과 협력도
모든 기업·사람이 우리제품 쓴다면
당장 지구상 탄소배출 10% 확 줄어
2030년까지 탈탄소화 챔피언 될것
우베 라우버 만에너지솔루션즈 CEO




탈탄소 기술 개발에 앞장서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사명감으로 무장한 기업이 있다. 독일에 본사를 둔 만에너지솔루션즈(MAN ES)다.

MAN ES는 현재 발전소 설비와 선박용 대형 엔진 관련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 기업과는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사를 비롯해 SK E&S, 포스코 등 에너지 업체와도 협력 중이다.

미래 사업은 그동안 쌓아온 엔지니어링 기술을 바탕으로 탈탄소 시대를 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본래 강점인 선박용 엔진 부문은 탄소중립 연료를 사용하는 제품을 개발한다. 나아가 그린수소 생산과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 이제 막 태동하는 탄소중립 사업 영역에도 적극 진출 중이다. 한 문장으로 밝힌 그들의 목표는 '탈탄소화의 챔피언'이다.

지난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며 "현재 기후변화는 공포스러운 정도이지만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에서 올 7월 상반기 온도가 1940년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고 밝힌 데 대한 평가다.

늘어난 탄소에 지구가 시름하고 있다. 이를 회복시키는 게 삶의 이유라는 우베 라우버 MAN ES 최고경영자(CEO)와의 대담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MAN ES는 어떤 회사인가.

▷탈탄소화를 목표로 우리의 미래 세대가 될 아이·친구·동료, 나아가 사회 전체를 위해 행동하는 회사다. 기후변화가 현실이 된 오늘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결국 스스로를 망치는 것과 같다. 또 우리가 추구하는 탈탄소화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나도 갓 성인이 된 아들 둘이 있다. 이들은 기성세대와 다르다.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지, 얼마나 근무시간이 긴지 등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다. 지구를 보호하는 일에 관심이 많고 또 행동으로 표현한다. 따라서 우리는 회사의 비전과 목표가 인재 유치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젊은 세대와 마주해 탈탄소화 기술에 대해 논함으로써 더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의 맨파워를 바탕으로 여러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MAN ES의 비전은 무엇인가.

▷오는 2030년까지 탈탄소화의 챔피언이 되겠다. 파트너사가 각각의 탈탄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현재 우리는 다양한 탄소 저감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지구상 모든 기업과 사람이 우리 제품을 쓴다고 이상적으로 가정하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0% 줄일 수 있다. 앞으로는 기술 개발로 더 진보된 솔루션을 갖출 예정이다. 이처럼 탈탄소화의 챔피언으로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이 선호하는 파트너로서 함께 성장하고 싶다.



―MAN ES가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세계적인 인재를 고용하기 때문이다. MAN ES는 미국을 비롯해 중국·인도에도 연구시설과 엔지니어링 역량을 갖추고 있다. 적절한 인재를 유치하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동 중이다. 한국 역시 파트너사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인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MAN ES는 1981년 서울 대리점을 설립한 뒤 현재까지 40년 이상 한국에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탄소중립 기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탄소 저감 기술에 회의적인 시선은 틀렸다고 믿는다. 누군가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대안이 없다. 전 세계에서 재래식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을 총합하면 4만대가량 된다. 참고로 MAN ES의 엔진을 탑재한 배는 약 2만대로 전 세계 선박의 절반이 조금 넘는다. 재래식 엔진을 사용하는 선박은 앞으로 10년에서 15년 정도 더 운항될 전망이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 2050년까지 선박 부문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단 행동해야 한다. 아무 움직임도 없다면 결국 인류를 망가뜨리는 미래가 예정돼 있다. 또 해양산업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를 차지한다. 시멘트 산업의 비중은 8%에 달한다. 다만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발생은 불가피하다. 친환경 선박 엔진과 같이 탄소 배출 자체를 줄이는 생산법은 없다.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해서 대기 중으로 배출되지 않게 하는 CCUS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MAN ES를 '탈탄소를 위해 글로벌 인재가 뭉친 곳'으로 이해하면 되나.

▷정확하다. MAN ES의 지향점인 '탄소중립 시대 개척'에 공감하는 유능한 인력들이 함께 모여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는 탈탄소와 관련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제공 중이다. 고객사가 이를 활용해 비즈니스에서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모든 선박 친환경 엔진으로 바뀐다…당장 원천기술 확보하라

탈탄소화의 챔피언 노리는 만에너지솔루션즈 우베 라우버 CEO

MAN ES, LNG·메탄올 핵심 기술 보유

선박엔진 지재권, 조선사에 라이선싱

글로벌 생산량 절반이상 공급하는셈

친환경 연료, 결국 수소가 주도권 예상

비싼 가격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관건

대형 플랜트로 규모의 경제 실현해야

MAN ES 덴마크 코펜하겐 연구소.


―친환경 선박 엔진 부문에 대해 말해 달라.

▷우선 MAN ES는 전 세계 선박 엔진의 5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세계 해운 물동량 중 50% 이상이 우리 기술로 운송된다는 의미다. 한국 기업은 우리 해양 사업 매출에서 7.5%를 차지할 정도로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 엔진은 이중연료(Dual―fuel) 추진 엔진을 기본으로 한다. 중유(HFO)로 엔진을 가동할 수 있되 탄소 배출량이 적은 대체 연료로도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글로벌 선박 엔진의 50% 이상을 공급한다는 말은 자체 생산량이 그렇다는 의미인가.

▷MAN ES는 선박 엔진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갖고 있다. 한국 기업으로는 HD현대중공업, HSD엔진, STX중공업, STX엔진 등에서 MAN ES의 지식재산권을 라이선싱받아 선박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MAN ES가 보유한 기술로 세계 선박 엔진의 절반 이상이 만들어진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친환경 선박 엔진과 관련한 기술력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MAN ES는 액화천연가스(LNG)와 메탄올 이중연료 엔진 기술을 가지고 있다. 또 지난달에는 세계 최초로 프로토타입 암모니아 추진 엔진 테스트에 성공했다. 내년에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선박용 대형 암모니아 엔진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 중 무엇이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 보는가.

▷선박의 운항 경로를 파악해야 한다. 그에 따라 어디에서 연료를 공급해야 하는지가 정해진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연료 가용성(fuel availability)이다. 선사가 이용하기에 편리해야 한다. 현재 가장 가용성이 높은 것은 단연 LNG다. 메탄올과 암모니아가 그다음 단계다. 메탄올은 분자식상 탄소를 배출하는 단점이 있고, 암모니아는 강한 독성을 관리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수소가 연료로 쓰일 것이다. 다만 여전히 업계가 초기 단계로 신뢰받을 수 있는 예측을 하기에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친환경 엔진을 탑재하지 않은 기존 선박을 위한 탈탄소 솔루션은 없는가.

▷'리트로핏(Retrofit)'이 있다. MAN ES의 선박용 대형 엔진은 출하 후 개조에 대비돼 있다. 친환경 연료 추진 엔진으로 쉽게 바꿀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에 기존 중유 추진 엔진을 이중연료 엔진으로 개조하는 게 리트로핏이다. 엔진 외에도 선박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프로펠러 형태 변화 등 다양한 솔루션이 가능하다. 다만 프로펠러 등의 솔루션은 추진 엔진을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는 것만큼 효과가 세지 않다.

―그린수소 사업에 대해서도 알려 달라.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기를 이용해 생산한다.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와 산소로 분리한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전혀 없기 때문에 탄소중립에 적합한 에너지원으로 평가된다. MAN ES는 자회사 H―TEC시스템스를 통해 전기를 이용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고분자 전해질 수전해(PEM)기를 공급하고 있다.

―PEM기가 그토록 중요한 장비인가.

▷그렇다. 그린수소도 결국 관건은 가격이다. 신재생에너지 생산비용이 낮을수록 사업성이 있다. 이는 태양광발전을 고려하면 햇빛이 많이 드는 지역에서 가능하다. 일명 선벨트라고 일컬어지는 두바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선벨트 지역에서는 1kwh당 20원(한국전력 전기 판매단가의 약 15%) 정도에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기업은 한국이나 유럽 등 중동에서 먼 지역에 위치할 수 있다. 따라서 에너지를 운송해야 하는데 전기를 수소 등 다른 물질로 변환시켜 옮기는 방법이 가능하다. 전기를 수소로 바꾸는 PEM기의 효율이 높아질수록 그린수소의 경제성도 높아지는 셈이다.

―에너지 운반체로서 수소 외의 후보는 없나.

▷수소가 가장 기본이 된다. 다만 수소는 영하 250도로 액화 상태를 만들거나 고도로 압축해 운송해야 한다. 모두 효율이 좋지 않은 방식이다. 따라서 수소를 다른 운반체로 전환하는 또 한 번의 과정이 필요하다. 메탄올과 암모니아가 수소를 대신할 운반체 후보다. 둘은 각각 상온과 영하 33도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해 수소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다.

―수소 운반체와 관련된 솔루션은 없나.

▷수소를 메탄올로 전환하는 합성연료 반응기를 생산 중이다. 또 전환 과정에서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이용해 제조업 공장에서 확보한 이산화탄소를 이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메탄올 분자식에 탄소가 포함돼 있어도 탄소중립 연료로 부를 수 있다. MAN ES의 그린수소 솔루션은 하나의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기를 활용해 수소를 만드는 단계가 처음이고 만들어진 수소를 운반하기 용이한 메탄올로 만드는 기술까지 보유 중이다. 앞으로는 암모니아도 수소 운반체로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 수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하는 반응기 역시 준비될 전망이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포스코그룹이 그린수소 사업과 관련해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주도로 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기업과 프랑스·태국 회사가 글로벌 컨소시엄 형태로 오만 두쿰 지역에서 향후 47년간 그린수소를 개발·생산할 수 있는 독점 권리를 획득했다. 2030년부터 플랜트를 가동할 전망이며 추정 투자금액은 8조원에 달한다. 상당히 구체적인 일정이 포함된 대규모 계획을 내놓은 셈이다. 이에 대해 수소 관련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다시 언급하는 얘기지만 그린수소도 결국 핵심은 가격이다. 우선 신재생에너지를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지역에 투자하는 게 선결 조건이다. 두 번째는 대형화다. 큰 규모의 플랜트를 건설해야 한다. 현재까지 건설된 신재생에너지 플랜트 사이즈는 대부분 너무 작다. 이를 대형화할 필요가 있다. 플랜트 규모를 키우면 고정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수소 생산량 역시 늘어날 것이다.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MAN ES가 생산한 선박 엔진


―앞으로 수소는 화석연료 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겠나.

▷수소 기반 경제는 가까운 미래에 달성될 것이다. 앞서 말한 대형 플랜트가 만들어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가격이 발목을 잡는다. 선박 연료로써 수소를 이용한 친환경 합성연료는 아직 중유 대비 4~5배가량 비싸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1개의 컨테이너 선박에는 약 2만개의 컨테이너가 실린다. 최종 소비자 입장에서 중유 대신 친환경 합성연료로 운항한 선박 내 물품을 구매하는 추가 비용은 지금도 얼마 되지 않는다. 티셔츠나 신발이라면 몇백 원에 불과하다. 이런 측면에서 사람들이 탄소 저감을 조금만 더 고려한다면 친환경 에너지의 비용 경쟁력은 당장에라도 달성될 수 있다.

―MAN ES의 엔진 사업 부문은 이미 궤도에 오른 듯 보인다. 수소를 비롯한 MAN ES의 에너지 사업 부문은 세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나.

▷전기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PEM 사업은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 4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PEM기를 위한 새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수소 시장은 MAN ES뿐 아니라 다른 기업 역시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따라서 아직은 시장 구도에 대해 의미 있는 수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3년이나 5년 후, 적어도 2030년까지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사업을 이끌고 있다. MAN ES의 목표는 수소 생산 솔루션에서 세계 3위 안에 드는 것이다.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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