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렇다. 보스가 조직을 이끌면서 `침묵 경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연히 부하 직원에게 해야 할 말이 있다. 부하 직원에게 호통을 치거나 격려를 하기보다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원칙을 지킨다고 해서 완전히 입을 닫고 살 수는 없다. 다만 어떤 말을 하느냐가 문제다.
![]() 생텍쥐페리<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
보스가 직원에게 해야 할 말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글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보스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미션에 대한 끝없는 동경`을 말해야 한다. 배를 건조하는 사람들에게 `배`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배를 타고 먼 바다를 항해하는 미션이 중요하다. 직원들이 미션에 대한 끝없는 동경을 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보스가 해야 할 일이다. 이는 부하 직원에게 일을 지시하거나, 업무를 나눠주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먼 바다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품은 직원들은 급여가 작더라도, 일이 힘들어도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 위대한 남극 탐험가 `어니스트 헨리 새클턴`(Ernest Henry Shacketon)이 다음과 같은 광고로도 대원들을 모집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였다. 그는 런던타임즈에게 이런 구인 광고를 냈다. "위험한 여정을 함께 할 대원을 모집합니다. 급여는 작고 날씨는 지독히도 추울 것입니다. 몇 달씩 계속되는 어두움과 계속되는 위험을 겪을 것이며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자신의 회사가 항해할 먼 바다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품고 있는 직원들에게는 호통을 치거나 굳이 격려를 할 필요조차 없다. 굳이 무엇을 하라, 하지 말라, 어떤 일을 더 열심히 해라 등을 얘기할 필요가 없다. 직원들 스스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이는 직원들이 자신의 미션, 즉 `내가 왜(why) 이 회사에서 일을 해야 하는가`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그토록 고약한 인간성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혁신가로 남을 수 있는 까닭도 그가 직원들에게 `미션에 대한 동경`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잡스는 종종 직원들에게 "우주에 흔적을 남기자"(Put a ding in the universe.)고 얘기했다. 이를 위한 애플 직원들의 여정 자체가 보상(The journey is the reward.)이라는 말도 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직원들에게 "역사를 만들자"(make history)고 말했다. 이처럼 보스는 우리 조직의 일이 단순히 돈을 버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무엇인가 큰 의미를 위한 여정임을 얘기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많은 보스들은 정반대의 전략을 활용한다. 먼 바다에 대한 무한한 동경은 말하지 않는다. 반면 직원들의 마음 속에 `두려움`을 불어넣으려 한다. 승진에 대한 두려움, 보너스를 받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 등을 활용해 부하 직원들을 자기 뜻대로 조종(manipulation)하려고 한다. 그리고는 직원들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호통을 친다. 이런 보스에게는 영화 `세 얼간이` 중에서 나온 한 구절을 소개하고 싶다. "서커스 사자도 채찍의 두려움으로 의자에 앉는걸 배우지만 그런 사자는 잘 훈련됐다고 하지 잘 교육됐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혹시 직원들을 서커스의 사자로 취급하지 않는가? 보스인 당신이 쥐고 있는 권력에 대해 부하 직원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이용하려 든다면 사실상 당신은 채찍을 든 사육사와 다를 바가 없다.
김인수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ecokis@mk.co.kr
서울대 경제학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97년 11월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하여
사회부, 산업부, 부동산부, 기업경영팀 등을 거쳐 금융부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회사 재직 중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연수하며 MBA 학위(global MBA)를 받았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경영은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으며 현대인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직장은 다른 사람을 착취하지 않는 문명화된 공간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