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비밀경찰서’ 의혹 동방명주 전 대표, ‘265억’ 불법 환치기

입력
기사원문
김판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집유 2년·벌금 2000만원 확정
2017~2018년 중국→국내업체
330차례 비트코인으로 265억원 전달
'중국 비밀경찰서' 의혹이 제기된 동방명주 운영 법인의 대표 왕하이쥔씨가 지난달 29일 음식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왕씨는 국제 인권단체가 비밀 경찰서 연결 통로로 지목하고 있는 OCSC(서울화조센터)의 주임도 맡고 있다. 최현규 기자

‘중국 비밀경찰서’ 의혹이 제기된 중식당 동방명주의 전 대표이사 A씨가 중국으로부터 260억원대 비트코인을 받아 국내 소재 기업에 전달하는 불법 환치기 일을 했다가 유죄가 확정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국제 인권단체가 ‘중국 비밀경찰서’ 연결 고리로 지목한 OCSC(화조센터) 운영자 왕하이쥔(왕해군·44)의 아내로 알려져 있다. 방첩당국도 이런 거액의 불법 환치기가 비밀경찰서 논란과 관련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가 9일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1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약 8개월 동안 중국에서 265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전송받은 뒤 이를 국내 업체의 계좌로 전송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2020년 1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으며, 항소 기각으로 형이 확정됐다.

A씨가 환치기 범행을 저지른 시기는 동방명주가 운영을 시작할 무렵이다. 이 식당은 2017년 12월 문을 열었고, A씨는 2018년 11월 동방명주의 대표이사로 등기상 이름을 올렸다. 범행 당시 A씨는 왕씨가 대표로 있던 한 미디어 회사 사내이사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이 업체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데, 동방명주 운영 법인도 같은 곳에 등기부등본 지점 주소를 두는 등 밀접하게 연결되는 곳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중국에 있는 지인 B씨의 부탁을 받아 이같은 불법 환치기에 가담했다. A씨는 중국에서 전송받은 비트코인을 매각해 C씨가 운영하는 국내 업체 2곳 명의의 계좌로 송금했다. 판결문에는 이 돈을 ‘C씨가 중국에 있는 B씨 측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물품 대금’이라고 돼 있다. A씨는 약 265억원을 총 330회에 걸쳐 나눠서 국내 업체로 송금했다.

2017~2018년 당시는 가상화폐를 활용한 불법 환치기가 유행하던 시기기도 하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금액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물품 대금이나 무역 대금으로 위장하는 방식이 수차례 적발된 바 있다.

법원도 범죄 자금 세탁 가능성을 우려했다. 재판부는 “무등록 환전업은 각종 범죄의 자금조달 및 그 범행수익 세탁 등의 용도로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범죄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행 방법이나 범행 기간, 범행 액수 등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A씨에게 불법 거래를 의뢰한 중국인은 누구인지, A씨가 무엇을 대가로 이런 일을 했는지 등 구체적인 전후 사정은 판결문에 나오지 않는다. 방첩당국 관계자는 “중국쪽 부탁을 받은 단순 자금 전달책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받은 커미션이 일종의 ‘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OCSC 주임을 맡고 있는 왕씨도 과거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2008년 경기도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다른 공범과 함께 약 80회에 걸쳐 2억원 가량을 중국으로 불법 송금한 혐의 혐의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은 이력이 있다.

국민일보는 동방명주 측에 과거 외국환거래법 위반 내역에 대한 입장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한편 국가정보원도 최근 OCSC와 관련해 일부 문제 소지가 있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영사 이외의 곳에서 영사 업무를 보지 못하게 돼 있는데, OCSC가 일부 영사 업무에 해당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의심한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는 않았다.

기자 프로필

국민일보 정치부 김판 기자입니다. 정치권 이슈를 폭 넓게 취재합니다. e메일로 제보 주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