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쌀 어쩌나…“정부가 사들여야” “생산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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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0.19. 오전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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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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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경남 함안군의 한 논에서 농민이 수확을 앞둔 볏논을 갈아엎고 있다. 이날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등 농민 100여명은 45년 만에 최대로 폭락한 쌀값 대책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쌀 과잉 생산과 가격 하락에 대한 대책을 두고 여야 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정부의 쌀 자동 매입 의무화 법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쌀의 초과 공급을 더 부추길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18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의 농정 실패를 덮고 이재명 대표를 구하기 위한 정략적 법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양곡관리법이 통과되면 쌀시장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고 연간 1조원 이상 세금이 투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은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쌀 시장격리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민주당의 개정안은 향후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무사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핵심은 정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그해 쌀 초과생산량이 전체 생산량의 3% 이상이거나 가격이 평년보다 5% 이상 하락하는 경우 시장격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면, 이제는 ‘해야 한다’로 바꿔 강제성을 부여한다는 뜻이다.

국내 쌀 소비량이 꾸준히 줄면서 앞으로는 쌀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상황이 사실상 매년 반복될 수도 있다. 정부는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농민이 재배를 줄일 이유가 없어지고, 구조적인 공급 과잉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나아가 쌀을 사들이는데 필요한 재정 부담이 늘며 청년농 등 다른 농업분야 투자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농업 전반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현재 법 체계에서도 정부의 정책적 의지로 쌀값 안정화를 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쌀 산업과 우리 농업의 미래에 많은 부작용이 예상되는 개정안이 안건조정위를 통과한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향후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정부가 쌀을 매입하는 데 연평균 1조443억원의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올해 초과생산량은 24만8000t 수준이지만, 2030년에는 64만1000t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 2011년 태국 정부는 쌀을 시중 가격의 1.5배 비싸게 수매하는 정책을 펴 이듬해 태국 쌀 생산량이 23% 증가하면서,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크게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쌀 가격 하락을 방어해 농민 소득과 쌀 산업을 보호하는 게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농민단체도 농자재 가격 상승과 쌀값 하락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중이다.

쌀 시장 안정화에 관한 단기적 대책에는 시각차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쌀 생산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여야 모두 공감한다. 다만 접근법이 다르다. 민주당은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에서 정부가 논에 벼 이외의 작물을 재배하도록 지원하는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을 시행해 쌀 생산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논 타작물 지원 사업보다 논에 가루쌀·밀·콩 등 특정 작물을 재배하면 지원금을 주는 ‘전략작물 직불제’가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논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가루쌀이 유력한 대체재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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