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빨래 금지’ 업주 “근본적 문제 이슈화, 일부 때문에 다수 피해 보게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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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4.05. 오전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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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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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코인세탁소 업주 A씨, 4일 세계일보 인터뷰서 “본사도 못하는 것을 이슈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개·고양이 관련 빨래 금지’ 현수막 사진 확산
A씨, 사측으로부터 ‘계약 해지’ 연락받았다고 주장…세계일보 질의에 본사 측은 무응답
논란 현수막 자리에는 새로운 현수막 걸려…‘개·고양이’ 관련 세탁물 금지 등 강조


지난 4일 오후 인천의 한 코인세탁소에 걸린 ‘개·고양이’ 관련 빨래 금지 안내 현수막. 기존에 논란이 된 현수막은 철거되고 이러한 내용의 새로운 현수막이 설치됐다. A씨는 이번 일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알려진 후, 본사 측으로부터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이유로 계약 해지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본사 측은 이와 관련 세계일보 질의에 하루가 지난 5일 오전 10시까지도 아무런 답을 주지 않고 있다. A씨 제공
 
“일부 때문에 다른 사람을 피해 보게 할 수 없고, 근본적인 문제를 내가 이슈화시킨 것이다.”
 
지난 4일 세계일보와 만난 인천의 한 코인세탁소(무인빨래방) 업주 A씨는 반려동물 의류와 이불 등을 몰래 세탁하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세탁기 청소를 하면 개나 고양이의 털이 남았는지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일반 세탁 찌꺼기와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다.
 
◆‘개·고양이’ 관련 빨래에 지속된 업주들의 고충
 
앞서 A씨가 운영하는 코인세탁소는 개와 고양이 관련 빨래를 금지한다는 현수막을 매장 내에 설치한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다소 격한 표현이 들어간 현수막을 두고 A씨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반응과 심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엇갈리면서다. 매장에는 ‘반려동물 빨래를 하지 말라’는 취지로 A4용지에 인쇄된 안내문도 여럿 눈에 띄었는데, 세탁기 정비 등에 들어가는 어려움 등을 호소한 내용이 함께 적혀서 그동안 비슷한 일이 적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했다.
 
이곳에서 4년여 매장을 운영해왔다고 밝힌 A씨는 “가게를 열었을 때부터 반려동물 관련 빨래를 하지 말라고 안내했다”며 “그러니까(여기서 못 하니까) 다른 곳에서 빨래를 하더라”고 주장했다. 그는 텅 빈 세탁기의 반려동물 털 등을 치우느라 시간과 비용 등을 손해 볼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A씨처럼 반려동물 의류 등 세탁에 따른 고충을 토로한 동종업계 종사자들 목소리는 꽤 오래전부터 나온 것으로 보인다. 2020년 한 세탁업계 관련 커뮤니티에 게재된 ‘반려동물 의류’ 관련 빨래 기사 공유 글에는 ‘강하게 손해배상을 물도록 해야 한다’는 댓글이 눈에 띄었다. 이에 동의하듯 ‘애완동물 의류 세탁 금지문을 크게 붙여야 한다’, ‘자기에게는 가족과 같은 존재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등 반응도 이어졌다.
 
이들의 토로는 A씨 매장 현수막이 지목했던 한 고양이 관련 커뮤니티에 오래전 올라온 ‘코인세탁방에서 세탁하면 고양이 털 때문에 민망하다’ 등 글과도 맞물리는 모양새다. 다만, A씨는 해당 커뮤니티 비난이 목적이 아닌 고양이 관련 게시글이 많아 현수막에 커뮤니티 이름을 적었고, 특정인을 지목하지도 않았다고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개와 고양이에 상관없이 반려동물 빨래를 코인세탁소에서 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라면서다.
 
논란의 현수막은 세계일보가 현장 방문 전에 이미 철거됐다고 A씨는 설명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진 현수막 사진으로 ‘브랜드의 가치’가 실추됐다며 사측이 계약 해지를 언급했다고 A씨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현장 실태확인도 없었다고 강조하면서다. 세계일보는 A씨 인터뷰 직후, 그의 주장에 대한 공식 해명이나 정확한 입장을 홍보대행사를 통해 본사 측에 요청했으나 하루가 지난 5일 오전 10시30분까지도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지난해 ‘무인세탁소 표준약관’ 제정…분쟁예방 등 취지
 
반려동물 의류와 이불 등 빨래에 분통을 터뜨린 A씨 발언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9월 내놓은 ‘무인세탁소(셀프빨래방) 표준약관’과도 연결된다. 사단법인 한국빨래방협회의 약관을 대부분 옮겨와 공식화한 이 약관은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거래를 투명하게 하고, 분쟁 예방을 위해 제정됐다.
 
약관은 제4조(고객의 의무)에서 ‘고객은 오염이 심한 세탁물, 반려동물 의류 등의 세탁은 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무인세탁소’를 사업자가 세탁 시설을 갖추고 고객이 요금을 지불한 뒤 스스로 의류·이불 등을 세탁 또는 건조하는 장소로 밝히고 있다.
 
사업자의 관리 소홀에 따른 세탁물 하자에 대한 배상책임과 함께 고객의 과실로 사업장 내 기기 등의 하자가 발생할 때에도 손해배상을 하도록 했다. 전자는 세탁물의 구입가격과 배상비율 등을 따져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고, 후자는 사업장의 기기나 시설 가격 그리고 사용연한 등을 고려한다고 되어 있다.
 
공정위는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선호 현상에 따라 무인세탁소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며 “소비자 권익 보호 및 분쟁예방 등을 위하여 표준약관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약관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논란의 현수막 자리에는 4일 오후 늦게 새로운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개·고양이 관련 세탁물 등과 함께 세탁기 배수구 막힘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는 솜이 들어간 베개 등 세탁 금지를 안내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매출 감소를 무릅쓰고서라도 ‘지킬 것은 지키자’는 A씨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안내 현수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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