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것 없는데…" 임병욱이 기특한 염경엽 감독

입력2016.05.11. 오전 6:30
수정2016.05.11. 오전 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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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유라 기자] "그 정도면 생각보다 빨리 올라오고 있는 거예요".

올 시즌을 앞두고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3년차 외야수 임병욱을 주전 중견수로 낙점했다. 고척 스카이돔의 외야가 넓어 수비력을 갖춘 외야수가 필요하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올해 1군에서 키울 선수로 임병욱을 점찍었기 때문에 충분한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임병욱은 지난해 처음 1군에 데뷔했다. 2014년 1차 우선지명을 받으며 팀의 기대가 컸던 유망주는 부족한 내야 수비 대신 외야수로 전향해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부족했던 주루 센스에 자주 견제사, 도루자를 당했다. 그때마다 염 감독은 "그 정도면 잘 하고 있다. 언젠가는 팀에서 제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라며 임병욱을 두둔했다.

그리고 올해는 아예 주전 기회가 주어졌다. 첫 한 달인 4월에도 그는 23경기 1할6푼7리로 타격에서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그런데 5월이 된 뒤 그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 9일 고척 KIA전에서는 시즌 첫 홈런에 이어 역타석포를 9회말 극적인 순간에 동점포로 터뜨리며 팀을 구해냈다. 5월 성적은 10타수 7안타.

경기가 끝난 뒤 염 감독은 "올해는 그냥 기회를 주는 건데도 병욱이가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타격코치와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그러더니 기회를 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올해 바라는 게 없는데 생각보다 빨리 성장하고 있다"며 기특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임병욱은 경기가 끝난 뒤 퇴근길의 염 감독에게 따로 전화를 걸어 "믿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그는 자신의 홈런을 발판삼아 팀이 7-6 승리를 거둔 뒤 가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도 "오늘 실책을 했는데 선배들이 '타자는 실책을 타석에서 만회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줬다. 제가 부족한데 믿고 기회를 주신 감독님과 계속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신 코치님들, 선배들께 감사하다"며 주위를 돌아봤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생각나서인지 마음껏 웃지도 않고 담담했다.

지난해 견제사를 당한 어느 경기의 다음날. 더그아웃에서 만난 임병욱은 "저는 얼마나 죽어야 살 수 있을까요?"라며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에게 주어진 기회와 그것을 살리지 못하는 부담감에 위축될 수도 있었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그 알을 스스로 깨고 나온 그가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날아오르기 위한 날개를 펼치고 있다. /autumnbb@osen.co.kr



고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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