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 순위 16위 → 24위… “이분법 정치에 타협 공간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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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2.02. 오후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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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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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이분법 정치가 한국 민주주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해 5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충돌하는 모습. 뉴시스


■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평가

‘국민 자유’ 상승했으나 ‘정치 문화’ 큰 폭 하락

3년째 ‘완전한 민주국가’ 평가는 지켜… 노르웨이 1위

전쟁 일으킨 러시아 22계단 추락… 북한·중국은 최하위권


지난해 한국의 민주주의 성숙도가 전 세계 167개국 가운데 24위를 기록, 전년보다 8계단 내려갔다는 영국 조사기관의 평가가 나왔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1일(현지시간)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2’(Democracy Index 2022)에서 한국은 24위에 올랐다.

EIU는 2006년부터 167개 국가를 대상으로 5개 영역을 평가해 민주주의 발전 수준을 보여주는 점수를 산출해왔다.

EIU는 8점이 넘는 국가는 ‘완전한 민주국가’, 6점 초과∼8점 이하는 ‘결함 있는 민주국가’, 4점 초과∼6점 이하는 ‘민주·권위주의 혼합형 체제’, 4점 미만은 ‘권위주의 체제’ 등 4단계로 구분한다.

한국은 2020년 8.01점으로 23위에 오르며 5년 만에 ‘결함 있는 민주국가’에서 ‘완전한 민주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2021년에는 8.16점으로 16위까지 올라갔다.

2022년에는 8단계 미끄러졌으나, 총점에서 10점 만점에 8.03점을 얻어 3년째 ‘완전한 민주국가’라는 평가를 간신히 지켜냈다.

항목별로 보면 한국은 △‘선거 과정과 다원주의’ 9.58점 △‘정부 기능’ 8.57점 △‘정치 참여’ 7.22점 △‘정치 문화’ 6.25점 △‘국민 자유’ 8.53점을 각각 얻었다. 전년도에 비해 ‘국민 자유’ 영역에서 0.59점 상승했지만, ‘정치 문화’에서 1.25점 하락하면서 전체 평균 점수가 내려갔다.

EIU는 한국에 대해 “수년간의 대립적인 정당 정치가 한국의 민주주의에 타격을 줬다”며 “정치에 대한 이분법적 해석이 합의와 타협의 공간을 위축시키고 정책 입안을 마비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은 합의를 모색하고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보다는 라이벌 정치인들을 쓰러뜨리는 데에 정치적 에너지를 쏟는다”고 비판했다.

EIU는 “대중들이 갈수록 민주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공직자들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서 민주주의 지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정치적 제약에 방해를 받지 않는 강한 지도자의 통치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165위로 작년과 같은 순위를 유지했으며, 평점도 1.08점으로 동일했다.

북한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사례는 쿠데타 이후 군사정권의 폭정이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0.74점)와 탈레반이 집권 중인 아프가니스탄(0.32) 등 2개 국가에 불과했다.

전체 국가 가운데 24개국(14.4%)이 ‘완전한 민주국가’에 해당했다. 또 ‘결함 있는 민주국가’ 48개국(28.7%), ‘혼합형 체제’ 36개국(21.6%), ‘권위주의 체제’ 59개국(35.3%)의 분포를 보였다.

2022년 조사대상국 전체 평균 점수는 5.29점으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전년(5.28점) 수준에 머물렀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각국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 여파가 여전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전 세계 인구 가운데 민주주의 체제 아래 살고 있는 비율은 45.3%였고, 36.9%는 권위주의 통치를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국가별로는 노르웨이가 9.81점을 얻어 전체 1위를 지켰고 뉴질랜드(9.61점), 아이슬란드(9.52점), 스웨덴(9.39점), 핀란드(9.29점), 덴마크(9.28점), 스위스(9.14점), 아일랜드(9.13점), 네덜란드(9.00점) 순으로 뒤를 이었다.

대체로 북유럽 국가들이 좋은 점수를 받은 가운데,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대만(8.99점)이 9위를 기록하며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었다. 일본(8.33점)은 전년보다 1계단 높은 16위에 올랐다.

미국(7.85점)은 전년보다 4계단 내려간 30위에 그쳤다. 미국은 2006∼2015년 ‘완전한 민주국가’ 명단에 있다가 버락 오바마 정부 말기인 2016년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4년 임기 내내 ‘결함 있는 민주국가’로 분류됐고, 조 바이든 정부 출범 후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1.94점)도 8계단 추락하며 타지키스탄과 공동 156위에 머물렀다. EIU는 중국이 코로나19 관련 매우 엄격한 ‘제로 코로나’ 봉쇄 조치를 이어온 탓에 지난해 11월 이에 반발하는 ‘백지 시위’ 사태가 터졌고, 이후 방역 조치 해제 상황은 이번 평가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5.42점)는 87위로 1계단 하락했고, 러시아(2.28)는 22계단 아래인 146위로 곤두박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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