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눈] 관계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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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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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욱 원주본사 취재부국장
우리나라 인구가 줄고 있다. 특히 지방의 상황은 더하다. 인구 감소를 넘어 '소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장기간 변방으로 치부돼 왔던 강원도는 상황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곳곳에서 인구 감소 비명이 터져 나오며 '지방소멸'에 바짝 다가가는 암울한 분위기다.

강원도 최대 인구 밀집 도시이자 십수년간 인구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원주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약 9년간 매달 인구가 끊김없이 증가해 왔던 원주는 올 상반기만 두 차례나 인구가 감소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올 상반기(1월~6월) 인구가 단 62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2019년 2022명, 2020년 1999명, 2021명 314명, 2022년 1469명 등과 비교해 현격한 차이다. 원주도 결국 인구 감소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 같은 원주 인구 감소 이유로 원주 성장세의 두 축인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조성 파급력이 이제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핵심 타개책으로 원주시는 우량 기업 유치를 꺼내 들었다. 우수한 기업을 대거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 인구 유입에 가속을 붙이겠다는 전략이다. 저출산 대응, 정주여건 향상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당연한 조치다.

특히 최근에는 '1인 가구 시책' 개발에도 나섰다. 원주시 17만 124세대 중 나 홀로 사는 1인 가구는 7만 877세대로 40%를 훌쩍 넘는다. 1인 가구의 성별·연령별 인구 현황과 지역별 특성을 파악하고 연령별, 생애주기별, 성별 맞춤형 특화 시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연함을 넘어 두 손 들어 환영을 보낸다. 인구 유입에만 치중한 시책에서 탈피, 현재 정주 인구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시책이라는 점이 개인적으로 호감이 간다.

더 개인적이지만 여기에 한가지를 더하면 금상첨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 한가지는 바로 '관계 인구'다.

'관계 인구'는 '지방소멸' 개념을 제기한 일본에서 처음 등장시킨 것으로 '우리 지역에 살지 않아도 우리 지역과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고 우리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을 뜻한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를 타 지역 주민의 우리지역 이주 유도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실제 인구가 늘지 않아도 '관계 인구'가 많으면 지역 발전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에 시선이 간다.

'관계 인구'는 다양한 분야에서 창출할 수 있다. 체류시간과는 관계 없다. 우리 지역 문화, 역사, 관광, 음식, 인심 등이 좋아 타 지역 사람이 우리 지역을 자주 찾아 생활한다면 그 사람이 바로 '관계 인구'다. 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지역이지만 신랑, 신부 즉 소중한 내 '여보'의 고향이기 때문에 그 지역이 좋아지고 자주 접하며 소비 등 긍정적 활동을 한다면 나 자신이 그 지역의 '관계 인구'라 하겠다.

이 같은 '관계 인구'를 늘린다는 것은 우리 지역 인재를 늘려야 한다는 것과 연결된다. 우리 지역에 단 한 가지라도 좋은 점, 새로운 경험이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호감을 갖는 타 지역 사람들이 '관계 인구'가 된다. 이는 지역의 좋은 점, 새로운 경험을 만들 인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제는 인구를 무작정 늘리려는 것보다는 인재를 늘려 우리 지역만의 새로운 경험거리를 창출, '관계 인구'를 보다 많이 형성하는 쪽으로 시책 방향과 목표를 설정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오는 10월 제1회 원주만두축제가 개최된다. 원주 만두의 맛과 향취를 전국에 뽐내자는 취지다. 성공하면 원주만두를 통해 새로운 원주 '관계 인구'가 전국에서 생겨날 것으로 기대된다. 축제 성공 후 효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만두 장인, 즉 인재가 지속 육성돼야 한다. 이를 위한 시책도 필요하다.

의료·건강·일자리·교육·주거·복지·교통·문화·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추진되는 지역들의 각종 시책이 인구 유입 목표에만 치중되는 듯하다. 이제 '관계 인구'에도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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