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 출금은 전직 국방부 장관이 대상자로 확인되면서 사뭇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이던 지난해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건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의 혐의를 두고선 “군에는 사망 사건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직권 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전직 고위 군법무관)는 반론이 나온다. 그러나 유·무죄를 차치하고 수사가 안 끝난 그를 대사에 임명한 인사가 합당했느냐 하는 논란으로 번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즉시 귀국”을 요구할 정도로 정부가 궁지에 몰렸다. 공수처의 출금 하나가 던진 파문이다.
공수처가 생기기까지 국회에서만 20년 넘는 숙성기간을 거쳤다. 각종 문헌은 우리나라 공직 수사의 역사가 10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갈 뿐 아니라 관료의 죄목에도 유사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고려 시대인 1146년에 어사대가 압록강 수군 익사 사고의 책임을 물어 병마사를 처벌했고, 조선 시대에도 1615년 사헌부가 조직을 비호한 의금부의 고관을 기소한 기록이 나온다. (강효백 『공수처』 등)
어렵게 설립한 공수처의 취지를 퇴색시킨 건 문재인 정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여야 합의를 깨고 정권에 유리하게 바꿔 강행 처리했다. “공수처장 임명이 집권 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게 될 것”(정웅석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과 제도의 이해』)이라는 해석이 따랐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초창기 어설픔을 극복하고 굵직한 공직 관련 이슈를 사회에 던지기 시작했다.
고위 공직자만을 겨냥하는 조직이 정부 입장에선 달가울 리 없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공수처였으나 ‘1호 사건’으로 진보 성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특혜 채용 의혹을 골랐다. 2심까지 징역형이 나왔다. 공직자 비위를 수사하는 기관의 숙명이다. 정권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라고 해서 비정상적인 상태를 오래 방치하면 위험은 계속 자라난다. 누구에게 또 어떤 공격이 들어갈지 두렵지도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