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우크라 발의 인권결의안 기권… 고장난 G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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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1.17. 오후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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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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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등 78국은 찬성
중국, 러시아, 북한 등 14국 반대

지난 10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선출을 위한 총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크림 자치 공화국 및 세바스토폴 내 인권 상황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불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가 제안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자유·민주 진영 국가 다수가 동참했지만 우리는 기권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자유, 인권, 민주주의, 법치 등 가치 기반 외교를 통해 ‘글로벌 중추 국가(GPS)’가 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지만 현장에서는 갈 지(之)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적·사회적·문화적 문제를 다루는 제77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16일(현지 시각) 크림자치공화국 및 세바스토폴 인권 결의안(Situation of human rights in the temporarily occupied Autonomous Republic of Crimea, and the city of Sevastopol, Ukraine)을 채택했다.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발의한 것으로, 2014년 러시아의 강제 합병과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악화한 인권 상황을 규탄하고 개선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결의안은 찬성 78국, 반대 14국, 기권 79국으로 채택됐다.

그런데 표결 면면을 보니 우리 정부는 이번 결의안에 기권(abstain)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강조했고 우리 정부가 현재까지 총 1억 달러(약 1300억원) 기여를 약속했지만, 그간의 언행과는 배치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호주, 캐나다, 이탈리아 등 자유·민주 진영 국가 대부분은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 국제 사회에서 ‘불량 국가(rogue state)’라 불리는 북한, 시리아, 에리트리아 등 14국은 반대표를 던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모든 것을 흑백으로 나눠 찬반을 결정할 수 없고, 크림 결의안의 경우 기권 국가가 더 많은 회식지대에 있는 결의안”이라며 “변함없이 보편적 가치를 준수할 것이다. 글로벌 중추 국가가 흔들리고 있지 않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이 국제 사회 위상에 걸맞는 책임을 다하겠다는 이른바 ‘글로벌 중추 국가’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자유, 인권, 민주주의, 법치 등 가치 기반 외교를 강화하고 자유·민주 국가들과 연대하겠다”고도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올해 6월 미국 워싱턴DC 출장 당시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라운드 테이블에서 ‘글로벌 중추 국가 구상’을 설명하며 “GPS 시스템(위성항법장치)이 사용자에게 앞으로 갈 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처럼 한국이 불안정한 시기에 가치있는 가이던스(guidance)를 제공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이후 ‘남북관계 특수성’을 이유로 불참한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에 4년만에 복귀해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들로부터 “한국이 돌아왔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에는 제3위원회에서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성명에 동참하지 않아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윤석열 정부 구상에 비춰봤을 때 잘 이해가 가지 않는 행보”라며 “분명한 원칙을 제시했으면 외교 행보도 거기에 따라야하지 그때그때 상황 논리에 따라 무원칙하게 결정을 내리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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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워싱턴특파원입니다. 미국 대선과 정치, 외교·안보 뉴스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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