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포기, 6200만원 싸게 넘겨요"…'교통 요지' 오피스텔 찬밥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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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2.14. 오전 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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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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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요지' 청량리역 인근 오피스텔 분양권 마피 속출]


부동산 침체기 속 한때 호황을 누리던 서울 오피스텔·생활형숙박시설이 직격탄을 맞았다. '불장(부동산 호황기)' 틈새 투자대상으로 각광받았지만 악재가 겹치며 천덕꾸러기가 됐다. 환승 역세권으로 각광받던 청량리 오피스텔은 분양권 거래가 수월치 않아 수천만원대 계약금을 포기한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가 붙은 매물이 등장했을 정도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3월 입주를 앞둔 서울 동대문구 힐스테이트청량리역 전용 44.77㎡ 오피스텔 분양권 매물이 5억6000만원에 나왔다. 분양가 6억2220만원 대비 6220만원 낮은 '마피' 매물로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포기한 사례다.

같은 단지 41.92㎡ 역시 분양가 5억4420만에 비해 5442만원 낮은 4억8978만에 나온 매물이 있다. 소형평수인 21.19㎡도 분양가 3억840만원 대비 4840만원 낮은 2억6000만원에 나온 매물이 한달째 소진되지 않고 있다. 분양가 이상으로 매매가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빠른 손절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이 진행된 2020년에는 도권 교통망 핵심인 GTX가 지나갈 청량리역은 강북 교통요지로 주목받았다. 지하철 1호선과 경의중앙선, 분당선, 광역철도 강릉선 KTX, 경춘선 ITX 등 5개 철도노선이 청량리역을 지난다는 점이 부각되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1인가구 수요에 최적화된 주거형 오피스텔인 힐스테이트청량리역도 고공행진하던 아파트의 수요를 대체할 투자처로 기대를 모았다. 2020년 6월 청약에서 평균 3.14대 1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에 성공했다. 이후 일부 호실에서 계약포기 사례가 나왔지만 부동산 '불장' 분위기에 상승 기대감이 커졌다.

2023년 초,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오피스텔 계약금 수천만원을 포기하는 대신 급매물로 나온 아파트를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생겨나며 마피 분양권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1.3 대책 때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제외 서울 전지역이 투기과열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영향도 있다. 오피스텔이나 생활숙박시설은 아파트에 적용되는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장점이 있었는데, 매력을 잃었다.

입주가 임박한 가운데, 잔금을 치를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도 부담이다. 고금리로 이자비용이 높아진 것도 문제이지만 대출 한도가 잔금에 맞게 나오는 게 어려워진 투자자 입장에선 '마피 손절'이 불가피한 선택이다.

투자매력이 떨어진 오피스텔과 생활형숙박시설 마피 현상은 청량리 뿐 아니라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경기 판교, 인천 등 수도권에는 이미 '마피' 매물이 상당수 쌓여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계약 때에 비해 잔금대출 한도가 줄어 자금마련이 어려운 경우 계약금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주변 오피스텔 공급이 많은데 거래자체가 줄어들다보니 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청량리는 교통의 요지이고 뉴타운, 왕십리, 신당동 등이 인접해 주거지로서 괜찮은 지역"이라면서도 "시장이 활성화됐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투자자들의 판단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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