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정철호 대변인은 9일 경남 합천군의 산불 상황을 전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불길은 이날 다행히 잡혔지만, 과거 통상 3말4초(3월 말~4월초)이던 산불 특별대책 기간이 앞뒤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별대책 기간의 시작은 3월 초를 향해, 종료는 4월 말을 향하고 있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를 한반도 기후변화의 한 현상으로 의심하고 있다.
겨울이 가물면서 백두대간에 내리던 눈의 양도 줄었다고 한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올겨울에도 백두대간의 적설량이 예년의 3분의 1 수준밖에 안 될 정도였다. 눈이 쌓이지 않다 보니 침엽수의 잎이 바싹 말랐다. 마른 잎은 산불을 키우는 연료 역할을 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이제 한반도도 기후변화로 인해 대형 산불을 피할 수 없는 숙명을 맞게 됐다”고 전망했다.
국립산립과학원이 산불이 난 경남 합천 지역의 ‘산림연료습도’를 측정한 결과 7.2%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산불의 연료 역할을 할 수 있는 산림의 수분 함량을 측정한 지표다. 10.5% 이하로 내려가면 산불 발생 위험도가 크게 증가한다. 연료습도가 7%대라는 건 작은 불씨만으로도 큰불로 번질 수 있을 정도로 해당 지역의 산림이 바싹 말랐다는 의미다.
1월에는 때아닌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1월 13일 하루에만 겨울철 전체 강수량의 40.4%에 해당하는 양의 비(28.9㎜)가 내렸고, 한라산에는 3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여기에 대형 산불 경고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세계의 산불로 인해 방출되는 온실가스가 또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발표한 산불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와 토지사용 변화로 대형 산불이 2030년 14%, 2050년 30%, 2100년 50%로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박사는 “기후변화로 인해 비가 안 올 때는 심각하게 안 오다가 내릴 때는 단기간에 왕창 쏟아져 내리는 극단적인 특징을 보인다”며 “지난해에도 1~6월까지 강수가 없었다. 이로 인해 산림에 연료가 축적되면서 탈 수 있는 물질이 많아지고 대형 산불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