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5, 인간 공격한 바이러스 중 전파력 가장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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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2.04. 오전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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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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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 오늘 대응책 발표

코로나 오미크론 바이러스 하위 변위 BA.5의 습격으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전파력이 강하고 면역력을 회피하는 특성도 두드러져 확진자가 매주 2배 증가하는 ‘더블링(doubling)’이 열흘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는 가운데 1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한 상점 입구에‘긴급 방역으로 영업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12일 오후 9시까지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3만8734명으로 전날 같은 시간 집계보다 2929명 늘었다. 자정까지 합치면 4만명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1주일 전인 6일 1만9362명에서 2배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12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3만7360명에 달해 지난 5월 18일 이후 55일 만에 3만명대가 나왔는데, 하루 만에 다시 이를 뛰어넘었다. 지난 4일 이후 10일째 더블링 현상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다음 주 중 10만명 확진자가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집계한 7월 첫째 주(3~9일) BA.5 검출률은 전체 감염자 중 35%를 차지했다. 전주 28%보다 소폭 늘어난 수준이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표본조사라는 한계 때문에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실제 BA.5 감염자는 이보다 훨씬 많고 이미 우세종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BA.5는 지난 3월 코로나 대유행을 주도했던 원조 오미크론(BA.1) 변이의 하위 변이 중 하나다. 원조 오미크론이 지난해 말 유행을 이끈 델타 변이에 비해 전파력이 2~3배 강했는데 이보다도 50%가량 전파력이 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위원장(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은 “(지금까지) 지구에 출몰해 인간을 침범한 바이러스 중 가장 세다(빠르다)”고 말할 정도다.


더구나 백신 접종이나 자연 감염 후 획득한 면역력을 잘 회피하는 속성이 있어 국내에선 코로나에 걸렸다가 또 걸리는 재감염도 늘고 있다. 미 워싱턴대 의대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미국 내 신규 확진자 수가 공식 집계치의 7배에 달한다는 추정치를 내놨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사람들 경각심이 무뎌져 걸려도 검사를 받지 않거나, 집에서 자가 검사 후 감염됐더라도 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란 얘기다. 최근 2주간 미국 내 코로나 확진자는 하루 평균 10만7000명이지만, 실제론 74만9000명에 이를 것이란 지적이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BA.5 감염재생산지수(R)는 18.6이다. 감염자 1명이 18.6명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역사상 전염성이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홍역(R 18)을 능가한다. 원조 코로나 바이러스의 R값이 3.3, 델타 변이는 5.1, 오미크론 변이는 9.5다. 정기석 한림대 교수는 “R값이 이례적으로 높다”면서 “BA.5 감염자 1명이 10명 이상을 감염시키기 때문에 확산 속도가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12일 0시 기준 국내 누적 확진자는 1856만1861명. 전체 인구의 36% 수준이다. 그러나 BA.5 확산이 본격화하면 더 이상 ‘무감염자(Never Covid)’로 남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BA.5는 백신 접종으로 형성된 항체를 무력화하는 능력도 3배 강해 돌파감염은 물론, 재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외에선 부스터샷까지 접종했거나 이미 코로나에 감염됐던 사람도 몇 주 내에 재감염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데 우리도 그리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20대가 재유행 ‘뇌관’

현재 BA.5 유행은 20대 확진자 비율이 높은 게 특징이다. 20대(20~29세) 감염자는 지난주 2만3461명이 나오면서 전체 중 21%를 차지했다. 30대 1만7739명, 40대 1만7047명을 앞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고, 인구 대비로도 발생률이 가장 높았다. 20대 누적 확진자 비율은 14.7%(12일 기준)이지만 최근 들어선 신규 확진자 중 20대 비율이 계속 20%를 넘기고 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20대 3차 접종률(59.6%)이 원인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3차 접종률이 높은 60세 이상 연령대는 감염자가 지난달 넷째 주 7657명에서 지난주 1만4220명으로 규모는 늘었으나 전 연령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15.5%에서 12.7%로 줄었다.

◇재감염 위험도 증가

국내 재감염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방대본이 공개한 ‘코로나 재감염 추정 사례 현황’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지난 3일까지 누적 확진자 1763만8023명 중 0.406%인 7만3821명이 코로나에 두 번 이상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 98명(전체의 0.1%)은 3번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중순 국내 재감염자 수가 2만6239명으로 전체 확진자 중 0.284%에 지나지 않았는데 석 달 만에 재감염자 규모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주간 신규 확진자 중 재감염 추정 사례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6월 첫째 주 1.22%에서 6월 다섯째 주에는 2.87%를 기록해 4주 만에 2.35배로 증가했다. 이는 백신 효력과 자연 면역이 떨어진 것과 맞물려 있다. 올 초 오미크론 유행 당시 코로나에 감염됐던 약 1600만명의 자연 면역력이 최소 3개월이 지나면서 소실되기 시작할 때라는 설명이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 면역 회피성이 커도 사람들 면역력이 강하면 막을 수 있는데 지금 감염·접종 면역 효과가 떨어지는 시기라 재감염 사례가 급증할 것”이라고 했다.

◇해외 입국자가 전파 촉매

최근 각국 출입국 규정 완화와 해외여행객 증가로 해외에서 더 크게 유행 중인 BA.5가 국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12일 확진자 중 해외 유입 환자는 260명. 지난 1월 26일 268명 이후 가장 많다. BA.5 국내 검출률은 지난주 24.1%에서 이번 주 23.7%로 줄었지만, 해외 유입 검출률은 지난주 49.2%에서 70%로 크게 늘었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해외 유입 증가세를 봤을 때 앞으로 BA.5의 점유율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은 정부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할 때가 아니라 검사·추적·치료로 구성된 소위 3T 전략이라도 끌어와 신속한 진단검사와 격리로 확장을 막아야 한다”면서 “적절한 방역 조치가 없으면 하루 확진자 수가 10만명은 쉽게 넘고 20만, 30만명까지도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BA.5 변이

오미크론(BA.1) 변이 바이러스에서 나온 스텔스 오미크론(BA.2) 변이의 후손 격 바이러스. 오미크론(BA) 계통으로 다섯 번째 변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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